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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중국산 밀어내기 여파, 미국 철강수입 쿼터제로 지난해 말부터 포항2공장 일부 생산시설(압연공장)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적재물을 싣지 않은 화물차가 6일 포항 남구 포항2공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오삼권 기자
#지난 7일 오후 울산광역시 북구에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평소 같으면 사람이 북적여야할 점심시간인데도 입구는 썰렁했다. 아이오닉5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 2라인을 24일부터 5일간 멈춰 세우기로 결정한 다음 날이었다. 2라인은 주말인 지난 8일 특근대상에서도 빠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공장 밖으로 나선 29년차 생산직 A씨는 “미국 신공장이 가동되면 울산 공장이 이전 규모로 가동될지 모르겠다.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심각해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인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현대제철 포항2공장 정문 앞도 직원 없이 빈 화물차들만 오갔다. 지난해 12월부터 가동이 일부 중단된 포항2공장에선 생산직 260여 명 중 절반가량이 일을 쉬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요 감소를 이유로 압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50대 직원 B씨는 “쉬는 동안에는 기존 월급의 70%만 받고 있는데, 공장이 완전히 문 닫으면 이마저도 끊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자동차·철강 등 주요 제조업 일자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전기차 전환, 중국산 밀어내기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산 자동차·철강에 대한 보편관세 우려 등 ‘트리플 스톰’(3대 대형 변수)이 겹치면서다. 미국은 관세로 일자리를 빨아 들이고, 중국은 저가 제품을 한국으로 수출하니 완성차·철강 기업들이 국내 생산을 유지할 이점이 줄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로의 제조 공장 이전(2010년대 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 공장 확대(2010년대 말~최근)에 이은 3차 오프쇼어링(Offshoring) 레이스가 가속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은 결국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불황이 장기화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2022년 기준)은 28%로 제조업 강국인 독일(20.4%)보다 높고, 미국(11.1%), 프랑스(10.7%), 영국(9.4%)보다도 월등히 높다. 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타격을 받으면 성장 정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라 24~28일 5일 간 현대차 울산1공장 2라인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 현대차는 지난 8일 주말 특근에도 해당 라인을 포함하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7일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 공장 출고 주차장에서 차량이 빠져나오는 모습. 오삼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이 공약이 현실화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인 한국산 자동차에도 10~20% 관세가 붙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보편관세 20% 부과시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19%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올해 준공되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50만대까지 조기에 끌어올려 연내 총 120만대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최근 HMGMA 인력도 추가로 채용 중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미국 현지 증산은 국내 감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170만8293만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차량이 99만5477만대(58.3%)다. 이어 미국 현지 생산(57만1121대), 멕시코산(14만1695대) 순이었다.

2년 후인 2027년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연간 182만대(2024년 판매증가율 3.4% 2년 간 적용)를 판매한다면, 수요의 65.9%인 120만대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될 수 있다. 한국산은 멕시코산(15만대)을 제외하고 남은 47만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영향을 최소화해도 10만~30만대 정도 감산이 예상된다”며 “10만대가 줄면 울산공장 1개 라인을 1년간 가동중단해야하는 수준으로 3000명의 유휴 인력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해외 이전과 맞물려 현대차그룹이 진행하는 전기차 전환도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필요부품이 70%에 불과해 필수생산 인력도 그에 준해 줄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내·외 생산물량, 차종별 물량 등 정하는 고용안정협의회에서 노사가 극한대립을 벌이며 생산성 저하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84% 미국 수출하는 한국GM 철수설
한국GM은 철수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대미수출물량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GM이 지난해 생산·판매한 차량 49만9559대 중 미국 수출분은 41만8792대로 83.8%에 달한다.

트럼프 보편관세 조짐에 따라 최근 재차 철수설이 돌고 있는 인천 부평구 소재 한국GM 부평공장. 연합뉴스

한국GM이 국내 생산을 줄이면 대미 수출 물량을 생산하는 인천 부평·경남 창원 공장의 생산직 1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2022년에도 한국GM은 일부 차종 단종에 따라 부평2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직 1200명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라 생산기지로서의 한국의 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내 유휴 생산시설을 가동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에 치이는 철강, 일자리
중국산 철강 공급과잉에 따라 수년간 감산해 온 철강업계는 최근 일자리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철강물량제한(쿼터)에 걸려 대미수출량이 연간 263만톤(t)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보편관세 부과시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어서다.

김경진 기자

이에 현대제철은 미국 남동부에 70억 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도 인도 동부에 연간생산 500만t 규모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의 국내 생산직(2023년 기준)은 포스코 1만6926명, 현대제철 7927명인데 해외이전으로 이 중 10%만 감원돼도 25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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