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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 - 오픈AI 맞먹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충격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이 지난 6일 국회 ‘2025 디지털 정책 포럼’ 토론회를 마친 뒤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만났다. 김종호 기자
중국발 딥시크(DeepSeek) 충격이 일파만파다. 설립 만 두돌도 채 되지 않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 R1의 성능이 미국 오픈AI의 최신형 모델인 o1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패권 경쟁으로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규제가 엄밀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미국 사회의 충격은 더 컸다. 미국 주간 뉴요커는 지난 3일 ‘딥시크는 중국판 스푸트니크 모멘트인가?’(Is DeepSeek China’s Sputnik Momen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딥시크를 1957년 당시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과 비교했다. 당장 미국 정부와 의회가 딥시크 접속 차단에 나섰고,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딥시크는 무엇이며, 그 충격은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일까.

“오픈AI 최신모델과 동급 수준”
기술 패권 위한 오픈소스 전략
주권·가치관 대변할 AI 필요해
개인정보 중국 정부 이용 불안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 사옥에서 국내 최고의 AI 전문가로 알려진 하정우(48)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을 만났다. 하 센터장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AI-데이터분과위원장과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등 관련 대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날도 국회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혁신 생태계 조성 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2025 디지털 정책 포럼’을 막 마친 뒤였다. 인터뷰 내내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 여의도를 휩쓸었다.


Q : 딥시크를 평가해달라.

A :
“오픈AI의 최신모델 o1과 거의 동급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굉장히 뛰어난 모델이다. 실제 산업 현장이라든가 서비스에서 얼마나 뛰어난지는 조금 더 지켜보긴 해야 되겠지만, 적어도 기존에 나와 있는 AI의 능력 평가 기준으로 보면 o1만큼 한다고 할 수 있다.”
천안문 사태, 중국 정부 대변해 답변

Q : 직접 써봤나.

A :
“아마 국내에서 가장 빨리 써본 사람이 나일 것이다.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논리적으로 쭉쭉 풀어나가는 것이, 굉장히 잘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천안문이나 고구려 역사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물어보니 예상대로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한 국가의 사상이나 가치관을 대변하는 AI를 만드는 걸 탓할 수는 없다. 미국도 미국의 가치관과 입장을 반영하는 AI를 만든다.”

Q : 특히 인상적인 면이 있다면.

A :
“추론형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이 건물에 몇 명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딥시크는 단순히 외운 답을 내놓는 게 아니라 층수의 면적, 공간 활용 등을 추론해가며 답을 계산한다. 기존의 AI 모델은 이 정도의 논리적 접근을 하지 못한다. 질문에 대한 단계별 사고 전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Q : 딥시크가 추론형 오픈소스 모델로는 최초라는데. 왜 오픈소스 방식을 택했을까.

A :
“개인적 견해지만, 여기서부터는 기업 수준이 아니라 국가 간 안보 패권 싸움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픈소스로 아주 다양한 데이터를 추가 학습해서 새로운 앱을 만들 수도 있고 산업에 적용할 수도 있다. AI는 기반 기술이라 퍼져나가면 생태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소위 ‘락인(Lock-in) 효과’가 매우 크다. 지금은 메타(옛 페이스북)의 대규모 언어모델 라마(LLaMA)가 오픈소스 방식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출현한 딥시크가 라마보다 더 뛰어난 최초의 추론 모델인 데다 오픈소스로 공개해버리니 미국으로선 큰일 난 거다. 이제 딥시크가 전 세계로 확산될 거다. 미국과 중국의 오픈소스 진영이 경쟁을 벌일 때 이기는 쪽이 세계 AI 패권을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중국 기업과 정부가 강력하게 투자

Q : 만 두 돌도 안 된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A :
“딥시크의 모기업이 하이플라이어라는 헤지펀드 회사로, 수학 통계 모델과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퀀트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 그곳 AI연구소에서 스핀오프된 게 딥시크다. 딥시크 창업 이전부터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모회사가 헤지펀드사라 자본력도 뛰어나다. 덕분에 딥시크는 외부투자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딥시크가 보유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개수가 한국 전체와 같을 정도다. 기술력도 뛰어나다. 딥시크가 세계 최초로 제안한 경쟁력 있는 방법들이 꽤 많다. 여기에 챗GPT처럼 기존에 나와있는 AI를 이용해 학습한 것도 있다고 본다. 딥시크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SNS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증거가 너무 많다. 그렇게 처음 AI를 개발하는 회사보다 시간과 비용을 엄청 줄일 수 있는 거다.”

Q : 중국이 AI 분야에선 이미 독립적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나.

A :
“중국엔 AI를 잘하는 기업들이 매우 많다. 2010년대 알파고 이후부터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굉장히 많이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와 같은 기존 테크기업의 AI 역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 이 기업들이 미국 오픈AI의 챗GPT가 나온 이후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중국 정부도 강력한 지원을 했다.”

Q : 딥시크 충격은 우리나라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하는데.

A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딥시크가 R1을 개발해 낸 원 모델 정도는 가지고 있다. 게다가 딥시크가 오픈소스를 통해 80% 정도의 자세한 방법을 전 세계에 공개해버렸다. 이 방법 정도면 우리가 나머지 몇 가지만 더 시도하면 된다. 다만 우리나라가 좀 늦어지는 이유는 R1 수준까지 가는 과정에 필요한 GPU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GPU를 동시다발적으로 돌려야 한다.”

Q : 한국에는 딥시크와 같은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나.

A :
“나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가장 힘든 건 개발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에서 2년 동안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돈도 안 벌어도 된다고 하면서 AI 개발에 1000억원씩 지원해줄 수 있을까. 개발자에 대한 대우도 그렇다. 오픈AI의 핵심 인재들 중엔 한국인도 적지 않다. 우리 기업 문화가 오픈AI나 딥시크처럼 AI 인재에 대해 파격적 대우를 해줄 수 있을까. 물론 딥시크는 하이플라이어라는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모기업이 있고, 중국 정부가 도와줬을 수도 있다.”
정보제공 동의 묻는 절차 없어

Q : 미국은 물론 국내에도 딥시크 접속 차단령이 내려지고 있는데.

A :
“딥시크는 오픈AI와 달리 이용자의 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물어보는 절차가 없다. 즉 딥시크는 이용자가 노출하는 정보는 물론, 키보드 입력 패턴까지 모두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 이걸 중국 내에 있는 서버에 모두 저장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법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그런 데이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딥시크 사용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Q :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 뭘까.

A :
“저는 한국이 ‘소버린 AI’(Sover eign AI)를 통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이 정부가 목표한 대로 AI 세계 3위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끼리만 잘해서 될 일은 아니다. 일단 우리가 한국어를 중심으로 한국 가치관을 잘 대변하는 AI를 잘 만들어야 다른 데 가서도 잘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나라들도 그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AI를 갖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디지털화와 인재 양성,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소버린 AI=‘주권’(sovereign)이란 단어가 의미하듯, 특정 국가가 외부의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개발·운영·통제하고, 해당 국가의 제도와 문화·역사·가치관 등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미한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소버린 AI를 보유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정우=1977년생. 서울대 컴퓨터공학 박사. 2015년 네이버랩스에 AI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클로바AI 리서치 리더, 네어버 AI랩 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네이버 퓨처AI센터장과 네이버 클라우드의 AI이노베이션 센터장으로, 네이버 AI연구와 글로벌 생태계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AI-데이터분과위원장과 공학한림원 정회원,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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