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승선원 중 구명뗏목 올라탄 외국인 4명만 생존…"갑자기 기울어 침몰"
사고해역서 선체 발견·추가 실종자 인양…선원 상대 사고 경위 조사
사고해역서 선체 발견·추가 실종자 인양…선원 상대 사고 경위 조사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정회성 정다움 김혜인 기자 = 9일 전남 여수 하백도 인근 해역에서 139t급 대형 어선이 침몰해 1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14명 승선원 중 구명뗏목에 탑승한 4명만 현재까지 생존했는데 현지 기상악화로 한때 난항을 보였던 수색은 야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생존 선원은 "갑자기 배가 기울어 침몰했다"고 증언했으나, 풍랑주의보에도 운항할 수 있는 대형 어선이 전복·침몰한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트롤 어선 승선원 구조하는 여수해경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대형 어선 갑자기 침몰…선원들 바다로 뛰어들어
이날 오전 1시 41분께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약 17㎞ 해상에서 항해하던 제22서경호가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선단 어선이 신고했다.사라진 어선에는 한국인 8명, 베트남인 3명, 인도네시아인 3명 등 총 14명의 승선원이 있었다.
해경은 즉시 각급 구조본부를 가동해 가용세력을 총출동시키고, 주변 민간 어선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승선원 가운데 10명을 구조·발견했으나 이 가운데 4명은 사망, 1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나머지 5명은 실종됐다.
선장 A(66)씨는 구명뗏목에서 구조됐으나 사망했고, 조리장·기관장·갑판장은 각각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모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수중에 있는 선체 인근에서 인양한 의식불명자 1명은 현재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베트남 국적 2명, 인도네시아 국적 2명 등 4명은 생존했다.
실종자 5명은 통신장·항해사·기관사·선원 등으로 추정되는데, 일부는 사고 직전 선체 내에 남아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선원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중 해경단전 전복사고 '아찔'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상악화에 구조 나선 해경 단정도 전복…수색 난항
수색 당국은 현재 조명탄을 쏘며 경비함정 21척, 항공기 4대, 유관기관 4척, 해군 3척, 민간 어선 15척 등을 동원해 야간수색을 진행하고 있다.해상에는 바람과 파도가 거세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선박 실종 신고 당시 사고해역 기상 상황은 바람 초속 12∼14m, 파고 2.5m, 수온 10.7도 등이었으며 수심은 80m가량이었다.
사고해역 주변에는 초속 10∼12m 강풍이 불고 2.5m 높이 너울성 파도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52분께에는 현장을 수색하던 해경 고속단정이 침수와 엔진 정지 끝에 뒤집히면서 탑승한 해경 6명이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54분께에는 유관기관 합동 수색 중 해군 수중 무인탐지기(ROV)를 활용해 침몰 중인 서경호를 발견했다.
최초 사고 위치로부터 남서쪽 약 370m, 수심 80m 지점에서 '제22서경호'라고 적힌 선체가 확인됐다.
수색 당국은 이로부터 약 19m 떨어진 바다 속에서 실종자 1명도 발견해 인양했다.
사고 수습을 위해 해양수산부는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고, 행정안전부도 대책지원본부를 가동했다.
전남도, 부산시, 여수시 등도 각각 대책·수습 본부를 구성해 지원에 나섰다.
눈물 흘리는 서경호 침몰 사고 유가족
(여수=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한 장례식장에서 22서경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2.9 [email protected]
(여수=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한 장례식장에서 22서경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2.9 [email protected]
"대형어선이 왜" 침몰 원인 오리무중
서경호는 부산 선적 139t급 대형 트롤 어선이다.대형 트롤 어선은 긴 자루그물 양측에 날개 그물이 붙어 있는 어구를 활용해 1척이 어구를 끌어서 어획하는 형태로 해저 부근에 있는 어류, 갑각류 등을 잡아 올리는 선박이다.
사고 어선은 8일 낮 12시 55분 부산 감천항을 출발해 전남 흑산도 인근에서 갈치, 병어 등을 잡고 오는 23일 낮 12시 25분 부산으로 복귀할 일정으로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
외국인 생존 선원은 "항해 중 바람과 파도에 선체가 전복됐다", "항해 중 갑자기 배가 심하게 왼쪽으로 기울면서 전복했다"고 증언했다.
기상악화에 따른 침몰로 점쳐지긴 하지만 해경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고 당시 해역에는 강풍·풍랑주의보가 내려졌지만, 30t 이상 선박은 출항할 수 있고 100t 이상 선박이 2.5m 내외 파도에 전복해 침몰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은 부분적으로 끊김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정상적으로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갖추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수색·구조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사고원인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침몰한 제22서경호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9일 새벽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139t 대형 트롤 어선 제22서경호 모습. 2025.2.9 [email protected]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9일 새벽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139t 대형 트롤 어선 제22서경호 모습. 2025.2.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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