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백인들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남아공 원조를 전면 중단하고 이들에게 망명을 제안했다. 그러나 남아공 백인들은 이를 거절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백인 단체인 아프리포럼은 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에 거주하는 ‘아프리카너’에 대한 차별을 지적한 것은 고맙지만, 우리의 미래는 아프리카에 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했다.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남아공 백인들을 차별했다며 남아공에 대한 미국 정부의 원조를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남아공 정부가 ‘인종 차별적 토지 몰수 정책’을 시행해 백인들을 억압했고,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미국 난민 입국 프로그램을 통한 남아공 백인의 미국 입국과 재정착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식민지 정착민 후손인 ‘아프리카너’는 1600년대부터 남아공에 거주했다. 이들은 1990년대까지 남아공을 통치하며 유색 인종에 대한 분리 및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1990년대 철폐됐지만 경제적 차이는 여전히다. 남아공 인구의 8~9%를 차지하는 백인의 소득은 남아공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흑인의 소득보다 평균적으로 3~5배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킨 논란은 남아공 국내 문제로 번지고 있다. 남아공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남아공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특권을 누리는 집단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제공하고,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 온 취약 계층은 추방되고 거부당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남아공은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데 전념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다.
칼리 크리엘 아프리포럼 대표는 가디언에 “남아공 백인들이 경험한 차별을 인식하고 재산권에 대한 위협을 파악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남아공에서 국민이 되었고, 이 나라의 토착민이다.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