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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인터뷰
교사노조 첫 30대 위원장
“교사도 노동자임을 인식했으면”
이보미 신임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교사노조연맹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3대 교원단체로 꼽힌다. 지난해 조합원이 12만명을 넘어섰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서 금속노련에 이어 두 번째로 조합원이 많다. 2023년 서울 서초구의 한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조합원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교사노조는 최근 새 위원장을 선출했다. 지난달 11일 치러진 교사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이 당선됐다. 대구 감천초등학교 교사인 이 위원장은 1989년생이다. 전임 위원장은 60대 남성이었다.

이 위원장을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이 위원장은 “현장 밀착형 집행부를 조합원들이 바란 것 같다”며 “30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만큼 교사노조의 열린 조직문화도 (당선에)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교사의 권익 보호가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와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교사에 대한 각종 민원이나 소송 압박이 늘어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간다”며 “앞장서서 학내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거나 아이들에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가르치려는 열정적인 교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소송과 민원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학내 갈등에 개입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극우의 부상 등 사회적 이슈 앞에서도 교사들은 위축된다. 학생들이 정치적 사건을 질문해도 교사들은 민원이나 징계 우려 때문에 답하기가 마땅치 않다. 이 위원장은 “한국의 교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좋아요’ 하나만 잘못 눌러도 징계받을 만큼 사소한 정치적 표현조차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사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없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나 헌법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조차 교사들에겐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 학생들이 정치를 배울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도 했다. 이 위원장은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데 학생들은 정치를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 나간다”며 “정치, 정당을 학습할 기회는 주지 않고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거나 투표를 안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교사들을 보호하기 법령 개정이 이뤄졌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민원에 취약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교사의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도 민원이 10건, 20건 들어오면 뚜렷한 민원 종결 기준 없이 일단 다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반복되는 악성 민원에 압박 받은 담임교사가 바뀌면, 이때에도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학생들이 받게 된다”고 했다.

학내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를 둘러싼 논쟁에 그는 “청소년에게 술을 못 팔게 한다고 100% 규제가 되는 것은 아니듯, 휴대전화 사용도 절제하도록 교육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수업시간 외에 학내에서 주어진 자유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하되, 끊임없이 휴대전화나 SNS 사용에 관한 교육과 토론을 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올해 1학기부터 초·중·고교에 도입되는 인공지능(AI) 교과서를 두고 “각 학교의 자율적 선택권을 존중해야 하는데, 일부 지역 교육청에선 일선 학교에 AI 교과서 도입에 협조하라고 명령을 하달하는 식으로 의견을 내려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AI 교과서를 사용해본 교사노조 선생님들께서 ‘조악하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AI 교과서가 법적으로 교과서인지를 떠나 교과서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더 시급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학내 비정규직과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서로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교육적 필요가 있다면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총은 지난해 12월 학생비정규직노조에 소속된 급식 조리실무사들이 하루 파업에 들어가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제로섬 게임처럼 어떤 직군의 처우가 올라가면 다른 직군은 떨어진다는 생각이 크다”며 “서로를 견제하고 연대하지 못하는 벽이 있는데, 결국 정부와 교육청이 인력 지원을 늘리고 재정의 파이를 키우는 데 힘쓰지 않으면 극복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 스스로가 노동자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교원 노조 조직률은 2022년 21%에서 2023년 32%로 크게 뛰었다. 2023년 기준 127개 노조에 17만8743명이 가입했다. 이 위원장은 “1만개가 넘는 전국 초·중·고교는 저마다 성격이 다르고, 시도 교육청도 교육감에 따라 같은 업무라도 처리 방법이 크게 다르다”며 “선생님들이 일선에서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해결되지 않을 때 노조가 개입해 도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덕목이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선생님들도 노동자임을 인식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서로 선긋는 교실, 모두가 무기력해졌다[초등교사의 죽음, 그 후 1년]지난 12일 오후 강원 지역 초등학교 교사 4명이 퇴근 후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6년차인 동년배 교사들이다. 이들에게 지난해 7월 발생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은 ‘나에게 벌어질 수도 있었던 일’이다. “이 사건으로 선생님들이 다 같이 분노하고 똘똘 뭉친 이유를 생각해보면요. 기사 하나하나를 보면서 ‘나도 언젠간 이런 일을 당할 수 있겠...https://www.khan.co.kr/article/202407170600111/?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utm_campaign=sharing&fbclid=IwY2xjawIVOR9leHRuA2FlbQIxMQABHSbcIzdLPSo2Mcao1Qv0IOF8T3imvLrfos0JsiUyfkH_SxBmdRtMoN0sTg_aem_DuFc4K_bnR4AR-IaujyK3Q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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