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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2차 현장조사 청문회가 진행된 지난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극우정당으로 향하고 있을까. 국민의힘은 부인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여당의 극우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치학자들은 최근 여당의 행보를 우려하며 “전광훈 목사측과의 연계가 극우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밝혔다. 정당이 극단 세력을 배제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9일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소개한 극단주의 지표와 국내 정치학자들의 분석을 토대로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규정할 수 있는지 짚어봤다.

레비츠키 교수 등은 2018년 출간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전제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4가지 신호’를 말했다. 헌법·선거제 등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언론·시민단체 등 반대(비판)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이다. 저자들은 이를 극단주의 세력 혹은 지도자의 특징적 행동으로 봤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한국 상황을 예언하듯이 쓴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표”라며 “정당이 정치적인 리더십을 발휘를 해야하는데 선거 유불리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는 4가지 신호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제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는 부정선거론에 호응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사전투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도 극단적 지지층에 사실상 호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부정선거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대응도 극우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폭력은 안된다”는 원칙론을 들면서도 경찰 대응을 비판하는 양비론을 폈다. 당내에서도 지난 5일 조직부총장인 김재섭 의원이 “서부지법 폭력사태를 우리가 옹호해선 안 된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끊어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공식석상에서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고인 이재명’이라고 부르는 점, 시민단체 시위를 종북 색깔론과 연계시키는 점 등도 앞서 거론된 극우화 신호와 무관치 않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5일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전광훈TV 갈무리.


한국 정치에서 정당과 극우 세력의 연계가 심화하는 점도 극우화 신호로 꼽힌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쪽 극우적 집단들과 연계돼 이들을 옹호하는 점은 극우적 경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거기까지 가면 소위 합리적 보수 세력과 분당하거나 소수정당으로 몰락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당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어떠한 세력과 손을 잡든 이기고 보자는 승자독식 심리,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극우 세력은 반이민, 인종주의적 색채가 강한 서구권 극우와는 차이가 있다. 이때문에 단순 비교는 신중해야 하지만 ‘반중 혐오’ 정서 등이 강화할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극우화 흐름은 서구권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다만 국민의힘 일각, 탄핵 반대 집회 등에서 반중 혐오 등을 얘기하지 않나. 한국적 맥락에서 보면 그런 쪽(서구권의 극우)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들 4가지 신호를 진보진영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정치 양극화’의 증거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극우화 신호를) 틀린 얘기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한국의 경우 여당에만 해당되느냐는 의문”이라며 “부정선거 논란의 발단도 진보 진영이다. 정치적 극단주의의 결과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극우화를 부인하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SBS라디오에서 당이 극우화한다는 비판에 대해 “왼쪽으로 멀리 가면 갈수록 가운데에 있는 사람도 오른쪽 끝으로 가보인다”며 “극우적인 생각,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분들하고 절대 같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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