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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선원 “갑자기 기울어 구명조끼도 못 입어”
해경 “2.5m 파도에 대형 선박 침몰은 이례적”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승선원 14명이 탑승한 대형 트롤 어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여수해경이 경비함정을 동원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여수 거문도 동쪽 해상에서 14명이 탄 대형어선이 침몰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출항한지 13시간여 만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사고로 선원들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 채 차가운 겨울 바다로 뛰어들었다.

9일 여수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41분쯤 여수시 거문도 동쪽 37㎞ 해역에서 부산선적 139t급 대형 트롤어선 제22서경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2서경호는 다른 어선 4척과 함께 선단을 이뤄 지난 8일 낮 12시55분쯤 부산 감천항을 출항했다.

선단은 전남 신안 흑산도 해역으로 이동해 병어와 갈치 등을 잡고 오는 23일 부산 감천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22서경호를 포함한 5척의 선단은 사고 당시 조업이 예정된 흑산도 해역으로 이동중이었다.

하지만 출항 13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1시41분쯤 22서경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사라지고 무선 연락도 끊기자 같은 선단의 9해성호가 해경에 신고했다. 22서경호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6명 등 14명이 타고 있었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서 14명의 승선원이 탑승한 대형 트롤 어선에서 침몰 추정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구명 뗏목에 타 구조를 기다리는 선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사고 이후 구명뗏목에 타고 있던 베트남 선원 2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이 구조됐지만 선장 김모씨(66)는 사망했다. 60대 한국인 선원 3명은 구조에 나선 해경과 민간어선에 의해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선원 6명은 실종된 상태다.

당시 사고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해경은 초속 12∼14m의 강한 바람과 함께 2.5m 안팎의 파도가 일었다고 설명했다. 바다 온도는 10.7였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22서경호는 30t급 이상 대형 어선이어서 출항 금지 대상은 아니다.

조업을 위해 이동하는 어선 선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선원들은 사고 직후 구명조끼를 입을 틈도 없이 바다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22서경호는 조난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구조된 베트남 선원 2명은 해경에 “침실에서 쉬고 있는데 배가 갑자기 멈추는 느낌이 들어 밖으로 나와보니 왼쪽으로 기울고 있었다”면서 “선원들이 구명조끼도 입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내렸다”진술했다.

생존 선원 4명은 바다에 뛰어든 뒤 어선에서 5m 정도 거리에 펼쳐져 있던 구명뗏목 1개에 올라타 사투를 벌이다 사고 2시간여 만인 오전 3시43분쯤 극적으로 구조됐다.

해경은 생존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실종 선원 6명 중 3명은 선내에, 3명은 해상에 표류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139t 대형 트롤 어선 제22서경호 모습. 연합뉴스


해경은 해군의 광양함을 동원해 수중음파탐지기로 침몰한 22서경호를 찾고 있지만 수심이 80m 정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상에 표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원들은 ‘해수유동예측결과’를 토대로 경비함과 민간선박 등 42척을 동원해 수색하고 있다.

해수유동예측결과를 보면 이날 오후 5시쯤 표류하는 선원들은 사고 지점 남동쪽 18.1㎞까지 떠내려갈 것으로 예측됐다. 해경은 해군 등의 협조를 받아 야간에도 수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지긴 했지만 139t이나 되는 대형 어선이 2.5m 안팎의 파도에 갑자기 침몰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이용기 여수해경 경비구조과장은 “이 정도 파도에 대형 선박 급격하게 침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선단에서 AIS신호 안 보이고 무전 교신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갑자기 침몰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인은 확인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는 여수수협 2층과 적조방제 창고에 실종자와 사망자 가족들을 위한 대기실을 각각 마련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의 시신이 안치된 여수의 한 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유가족 30여명은 오열했다. 사망한 한 선원의 딸은 “아버지와 설에 통화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잘해드릴 걸”이라며 통곡했다.

이날 오후 여수해경을 찾은 강도형 해수부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쪽으로 가 봐야 한다”면서 “가족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서 지원해 달라고 각 기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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