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보신탕 집에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개 식용 종식법’ 시행 반년 만에 개 사육 농장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다. 농장 폐업이 늘며 개 식용 종식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갈 곳 없는 잔여견들의 보호·관리를 위한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8월7일 ‘개의 식용 목적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 시행 이후 지난 6일까지 6개월 간 전국 개 사육 농장(1537개)의 40%인 623개가 폐업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5월 농장주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운영 현황 등을 신고할 당시엔 약 200개 농장이 폐업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폐업한 수는 그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폐업 농장 중에선 300마리 미만 사육 농장이 449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00~1000마리 미만 사육 농장 153개, 1000마리 이상 사육 농장 21개 등 순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폐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소농뿐 아니라 중대농에서도 조기 폐업에 적극 참여했다”며 “올해까지 폐업 농장은 전체의 60%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개 식용 종식이 큰 차질 없이 이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개 식용 목적 사육·도살·유통·판매 등을 전면 금지한 개 식용 종식법은 지난해 2월6일 법 제정·공포 후 8월 시행됐으며,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2월7일부터 적용된다. 폐업하는 개 사육 농장에는 폐업 시기에 따라 5개 구간으로 나눠 폐업이행촉진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 지난 6일까지 폐업한 농장은 1구간에 해당하며, 지자체의 현장 실사 등을 거쳐 마리당 60만원을 받는다.
폐업 농장 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었지만, 잔여견의 보호관리 부실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농장주들이 지난해 5월 신고한 사육 견은 총 46만6000마리다. 이 중 이번에 폐업한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개는 10만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농장 폐업으로 발생한 잔여견은 지자체가 소유권을 인수해 보호·관리하도록 돼 있지만, 지자체 직영 동물보호센터도 이미 포화상태여서 수용 규모는 제한적이다. “잔여견의 안락사는 없다”고 정부도 밝힌터라, 유일한 해법은 잔여견이 분양되거나 시장에 유통·판매되는 것이다.
하지만 잔여견은 주로 몸집이 큰 대형견이어서 반려인 수요가 적고, 국민들의 인식 변화와 겨울철 등 계절적 요인으로 시장의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폐업 농장의 잔여견 대부분이 유통상인을 통해 기존의 대형 개 사육 농장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견협회 관계자는 “지원금이라도 받으려고 조기 폐업하는 농장이 많지만, 시장의 수요가 없어 다른 대형 농장으로 사는 곳만 이동하는 실정”이라며 “기존 농장의 좁은 케이지 안에 많은 개들을 암수 구분없이 모아놓게 되면 자연 출산율이 증가해 개체 수가 오히려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장 수 감소와 별개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기존 개들의 유통·판매 소요 기간을 고려해 개 식용 종식법의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