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한국 박지원과 중국 린샤오쥔이 자리싸움을 하며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의 악연을 이어갔다. 500ｍ 결승에서 ‘밀어주기 반칙’ 의혹으로 금메달을 내준 데 이어 5000m 계주에서 몸싸움에 이은 석연찮은 판정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박지원(서울시청), 장성우 김태성(이상 화성시청), 박장혁(스포츠토토)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0ｍ 계주 결승에서 2위로 들어왔으나 심판이 비디오 리뷰를 거쳐 마지막 주자 박지원에게 반칙을 선언하면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박지원과 중국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자리를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의 상황은 린샤오쥔과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한국 대표팀은 레이스 내내 1위를 내달렸다. 레이스 중반 일본과 카자흐스탄이 뒤로 밀린 상황에 한국과 중국이 2파전 양상을 보였다. 대표팀은 결승선을 5바퀴 남기고 주자 교체 과정에서 선두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 박지원이 결승선을 2바퀴 남기고 중국의 마지막 주자 린샤오쥔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했다. 절묘하게 인코스를 노려 1위로 앞질렀다. 치열한 레이스가 이어지던 중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두 선수 간의 접촉이 발생했다.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박지원과 중국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자리를 다투다가 균형을 잃고 있다. 연합뉴스

인코스로 파고든 린샤오쥔은 손을 사용했고, 박지원도 이에 대응했다. 자리 다툼 중 린샤오쥔은 몸으로 박지원을 밀어내기도 했다. 그 사이 뒤에 있던 카자흐스탄 선수가 치고 나오면서 린샤오쥔은 카자흐스탄 선수와 충돌해 뒤로 밀렸다. 박지원은 카자흐스탄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심판은 박지원에게만 페널티를 줬다. 몸싸움 상대였던 리샤오쥔에게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결국 금메달은 카자흐스탄이 어부지리로 가져갔고 일본이 은메달을, 중국이 동메달을 각각 차지했다. 한국은 실격 처리됐다.

린샤오쥔, 남자 500ｍ 결승선 ‘밀어주기’ 반칙 의혹

8일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ｍ 결승에서 쑨룽(왼쪽에서 세 번째)의 도움받는 린샤오쥔(왼쪽에서 두 번째). 빙상관계자 제공, 연합뉴스

앞서 린샤오쥔은 전날 열린 남자 500m 결승에서도 반칙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레이스 막판에 박지원이 중국의 린샤오쥔과 쑨룽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 직후, 곡선주로에서 쑨룽이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동력을 얻은 린샤오쥔은 아웃코스로 내달려 박지원을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해당 경기 이후 방상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ISU 규정 295조 2항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경기 중 동료로부터 ‘밀어주기’ 도움을 받을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제재받는다. 하지만 심판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으면서 린샤오쥔이 그대로 500m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국민일보

권남영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