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의 답변을 들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최선을 다해 트럼프 대통령을 후하게 칭찬했고 아첨을 통해 미소를 이끌어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 분위기에 대한 워싱턴포스트(WP)의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위협에 대응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이시바 총리는 ‘저항’하기보다 ‘아부’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짚었다. “외교 정책에서 거래적 접근방식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의 기술을 구사했다”고도 했다. 전반적으로 이시바 총리의 답변 내용이나 태도는 예상한대로 ‘트럼프 코드’ 맞추기에 집중했다는 게 미 언론의 총평이다. 그만큼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와의 첫 정상회담에 철저히 대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日 언론 ‘관세’ 문제에 질문 집중
이날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양국 현안에 대한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다. 약 38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총 15차례의 질문 기회가 주어졌는데, 양국의 상반된 관심사가 고스란히 대비됐다. 일본 언론은 2차례 주어진 질문 기회에서 모두 관세 문제를 짚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대비를 최우선시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13차례 질문권을 받은 미국 언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둘러싼 월권 논란에 대해 6차례 질문해 상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내치 이슈를 파고드는 분위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 질문할 기회를 주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일본에 관세를 부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일본 니혼TV 기자의 물음에 “대부분의 국가에 상호주의적 관세(reciprocal tariffs)를 부과할 계획”이라며 “오는 10~11일쯤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을 콕 집어 관세폭탄을 꺼내 들진 않았지만, 무역 상대국 전반에 대한 상호 관세 방침을 밝히며 ‘관세맨’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답변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관세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 간 어떤 소통이 있었느냐”는 요미우리신문 기자 질문에 “상호 이익이 된다면 관세를 책정해야 한다”며 ‘친트럼프’에 기운 듯한 답변을 내놨다.



관세 즉답 피한 이시바에 트럼프 “와우”
미 언론에서도 관세 관련 질문이 두 차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반응과 관련된 질문에 “우리는 관세에 대해 많이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기자회견의 마지막을 장식한 질문도 관세 이슈였는데, 이시바 총리는 “미국이 일본에 관세를 부과하면 일본도 보복할 것이냐”는 미 언론의 질문에 3초 정도 뜸을 들인 뒤 “ 가정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는 게 일본 국회의 통상적인 답변”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는 “아주 좋은 답변”이라는 칭찬과 함께 “와우(Wow)”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현장 취재진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것처럼 보여진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인상에 대한 질문에 “TV에서 본 유명인을 직접 만나게 돼 정말 기뻤다”고 답했다. 이어 “TV에서 그는 무섭고 매우 강한 성격을 가진 듯했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는 매우 진지하고 강력하며 미국과 전 세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아첨이나 아부가 아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입이 귀에 걸리게 미소 짓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사진첩 선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또 일본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 “미국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가 아니다. 일본 스스로 책임지고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에 사실상 올인하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들으라는 듯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싶다”며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구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가 당길 만한 발언들이었다.



트럼프, 북 접촉 계획 묻자 “좋은 질문”
이에 반해 미 언론은 핵심 권력에 가까워지면서 전횡 시비가 일고 있는 머스크와 관련된 질문을 쏟아내 일본과 대조를 이뤘다. ▶머스크가 이끄는 DOGE가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속 권한을 확보한 데 대한 민주당의 반발 ▶DOGE가 주도하는 교육부·국방부 등 정부 기관 구조조정 ▶1·6 의사당 난입 사건에 관여한 연방수사국(FBI) 직원 내사건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접촉 계획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질문”이라고 반기며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법원, 정부효율부에 잇단 제동
월권 논란이 커지고 있는 머스크와 DOGE를 두고는 미 법원에서 제동 판결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이날 “현행법상 재무부 재정국 기록 접근권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에게만 부여될 수 있다”며 DOGE의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속 권한에 대해 긴급 중지명령을 내렸다. 앞서 뉴욕 등 민주당 소속 19개 주 법무장관은 DOGE의 재무부 시스템 접근 권한은 연방법 위반이라며 전날 소송을 냈다. 법원의 긴급 명령 효력은 오는 14일로 잡힌 심리기일까지다.

역시 DOGE가 주도하고 있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법원의 일시 중지 명령이 나왔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7일 심리에서 USAID 직원 중 2200명을 유급 행정휴가로 처리하고 해외 파견 직원 대부분을 한 달 내 국내로 소환한다는 트럼프 행정부 계획을 최소한 14일까지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960 미국, 이번 주 유럽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고위급 회담 랭크뉴스 2025.02.10
44959 정권연장 45.2%·교체 49.2%…국힘 지지도 42.8%·민주 40.8%[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2.10
44958 [속보] 정권연장 45.2%·정권교체 49.2%…국민의힘 42.8%·민주 40.8% [리얼미터] 랭크뉴스 2025.02.10
44957 트럼프 "10일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발표" 랭크뉴스 2025.02.10
44956 딥시크에 ‘김치 원산지’ 물었더니…언어별로 달랐다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2.10
44955 ‘전동 킥보드’ 면허 신설에…“필기 보면 누가 따겠냐”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2.10
44954 딥시크 쇼크, 드러난 IT 강국 한국의 수준 [EDITOR's LETTER] 랭크뉴스 2025.02.10
44953 [속보] 트럼프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 부과하겠다” 랭크뉴스 2025.02.10
44952 “살인마 소리 들어” 장성규, 오요안나 관련 ‘가세연’에 항의 랭크뉴스 2025.02.10
44951 트럼프 "모든 철강·알루미늄 25% 관세…11~12일 상호관세 발표" 랭크뉴스 2025.02.10
44950 출퇴근길 ‘칼바람’ 강추위 지속…아침 최저 -15도 랭크뉴스 2025.02.10
44949 “소프트웨어 패배주의 만연”...한국, 빅테크 '간택'만 기다린다[딥시크, 딥쇼크②] 랭크뉴스 2025.02.10
44948 이재명, 오늘 교섭단체 대표연설…주제는 ‘회복과 성장’ 랭크뉴스 2025.02.10
44947 ‘여수 선박 침몰’ 수색 이틀째…실종 5명·사망 5명 랭크뉴스 2025.02.10
44946 봉준호 "비상계엄 후 해외배우들 연락 빗발쳐…그 어떤 SF보다 초현실적" 랭크뉴스 2025.02.10
44945 문재인 전 대통령 인터뷰 ② “민주당 포용·확장할 때…이재명 대표도 공감” 랭크뉴스 2025.02.10
44944 [Why] 삼다수가 제주·칭다오 직항로 개설에 특히 간절한 이유 랭크뉴스 2025.02.10
44943 "과격 집회·혐오... 尹 올 때마다 겁나요" 한옥마을 멀리하는 외국인 여행자들 랭크뉴스 2025.02.10
44942 이장직 물러난 이재명…재명이네마을 “개딸 동원령” 무슨일 랭크뉴스 2025.02.10
44941 설민석 오류 잡아낸 고고학자, 유현준에 “문제 여지 상당” 랭크뉴스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