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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지원금 포기·주 52시간 노동 예외 인정 등 잇단 ‘흑묘백묘론’ 정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주간경향] “비명계(비이재명계) 인사를 포용하는 것에서도 흑묘백묘론을 적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A씨의 주장이다. 경제정책 분야에 탈이념과 탈진영이라는 ‘우클릭 실용주의’를 내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치 분야에서도 당의 비주류 인사들에게 포용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설날 연휴 동안 제1야당인 민주당을 들썩이게 한 화두는 ‘포용’과 ‘통합’이었다. 설날 직후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갔고, 문 전 대통령은 포용과 통합을 덕담으로 건넸다. 모양새는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비명계의 여러 비판 목소리에도 침묵하다가, 며칠 지난 2월 3일에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8월에도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총구는 언제나 밖을 향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관리자 계정으로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댓글이 달리자, 강성 지지층을 향해 남긴 ‘원팀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 대표는 같은 해 9월 문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

신3김, 이 대표 리더십 잇따라 비판

이번 메시지는 그때와 내용이 대동소이하지만 파장은 사뭇 달랐다. 강성 지지층이 아니라 비명계를 향한 메시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신3김(金)’과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해 잇따라 비판한 것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런 비판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 향해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 됐다. A씨는 “이럴 거면 이 대표가 왜 문 전 대통령을 찾아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이 정체된다고 하자 문 전 대통령을 찾아가고, 다른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와의 1 대 1 대결에서 절대 우위를 보이자, 비명계를 비판하는 듯한 글을 싣는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소위 ‘문 전 대통령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예방 후 오히려 비명계의 비판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2월 6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이 아니어도 정권 교체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지난 2월 5일 “떨어져 나간 당원이나 지지자들을 끌어안지 않고는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지난해 9월과 이번 예방을 비교해봐도 문 전 대통령 예방 효과는 반감됐다”며 “이렇게 되면 이 대표의 포용과 통합 노력에 대한 신뢰감은 계속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 대표가 언급한 ‘반헌정 세력’에 대한 경계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정국과 무관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가 윤곽을 드러내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되자, 비판의 화살이 서서히 이 대표의 리더십 쪽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김 평론가는 “친명계와 비명계에게 윤 대통령이라는 공동의 적이 강하게 버티고 있을 때는 비명계가 내부 문제를 꺼내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탄핵 국면이 막바지로 갈수록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좋은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B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친노가, 문 전 대통령 때에는 친문으로 인의 장막을 쌓았던 비명계가 이제 와서 이 대표에게 포용을 요구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당의 문화가 비민주적으로 된 근본원인은 친노·친문에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이제 와서 이 대표의 작은 잘못에 대해 논한다면 비명계의 좁쌀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인사 C씨는 “지금 부산·경남(PK)은 누구, 대구·경북(TK)은 누구, 강원도는 누구, 서울 지역은 누구 등 각각 86세대 정치인이 비명계 지역 주자로 거론되는데, 이렇게 해서 포용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당내 포용 여전히 미흡”

정쟁이 격화되면 온건파보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강성 지지층의 요구는 드세진다. 하지만 조기 대선 국면에 가면 강성 지지만으로는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은 힘들게 돼 있다. 이재명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 포기, 주 52시간 노동 예외 인정 등 ‘흑묘백묘론’ 정책으로 중도층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대표의 지지율이 정체하고 있는 이유로는 포용력, 진보적 정책, 사법리스크 등이 있는데, 지금 진보적 정책 카드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중요한 사법리스크와 당내 포용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만큼 흑묘백묘론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선 승패의 향배를 결정하는 것은 중도층의 표심이다. 홍형식 소장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진보보다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더 많다”면서 “단순하게 계산해도 대선 투표율이 75%라면 전체 유권자의 절반인 38%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지금 진보 성향은 2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13%포인트 이상의 중도층 지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본 이 대표의 지지율 정체 원인은 메시지나 콘텐츠의 문제(흑묘백묘론)가 아니라 메신저(이 대표)의 문제로 귀착된다. 홍 소장은 “중도층 확장에 있어 이 대표의 포용력, 사법리스크가 흑묘백묘론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일 평론가는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염두에 두고 쉽사리 비명계 포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측면이 있고, 이 대표의 개인적인 스타일이 그렇게 포용적이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헌재 탄핵 심판이 내려지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재판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이 이동하게 된다. 홍 소장은 “중도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법치’인데, 윤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고 난 뒤에는 ‘사법리스크’의 칼날이 이 대표에게 향하게 된다”며 “이 대표는 우선 당내부터 포용해나가면서 중도층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비명계는 대표 주자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공동의 대의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이 대표 역시 비명계와의 연대를 위해 일방적인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경선이 되도록 포용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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