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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울산CLX 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국내 정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해당 원유 중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오며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하며 잇달아 이런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영규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지난 6일 콘퍼런스콜에서 “기회에 따라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캐나다산 원유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와 공급 증가로 이어지면 저렴한 원유를 도입할 수 있어 우리에게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조진호 HD현대 상무 역시 콘퍼런스콜에서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관세 부과는 정유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캐나다산 원유가 글로벌 시장에 풀리면 우리와 같은 중질유(무거운 원유)를 원하는 회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 역시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캐나다가 수출하는 원유는 대부분 미국으로 향한다. 업계는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는 캐나다가 새로운 수요처를 찾기 위해 가격을 내릴 가능성에 주목한다. 트럼프 취임 직전인 지난달 중순 배럴당 약 65달러였던 캐나다산 원유 가격은 최근 58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6일 기준 배럴당 70.61달러인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나 77.45달러인 두바이유보다 저렴하다.

일각에서는 원유 관세 부과로 정제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를 뺀 것을 말한다. 관세 영향으로 미국 정유사들의 생산 비용이 늘고 가동률이 떨어지면 휘발유·경유 등 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수 있어 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다만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다. 그는 지난 1일 캐나다·멕시코에 25%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양국으로부터 국경 문제 보완 조치를 약속받고 시행을 30일 연기한 상태다. 캐나다산 원유에 부과하기로 했던 10%의 관세도 시행이 연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시나리오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 정부 차원에서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꼭 관세 때문이 아니라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서도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위기관리 차원에서 수입처 다변화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정유사들이 중동산 원유 의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캐나다산 수입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캐나다가 실제로 미국 외 시장에 얼마나 물량을 내보낼지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60~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이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한 나라는 약 4789만톤(34.9%)을 들여온 사우디아라비아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캐나다산 원유가 저렴한 편이지만 정제설비와 수송비용 등을 고려해 실제 도입 시 경제성이 있을지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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