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해 11월 육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A 씨는 보통의 장병들과 다르게, 전역이 기다려지지 않았다. 직속상관 B 하사 때문이었다.

"B 하사가 또 돈 달라고 할 텐데 어떻게 거절하지? 남은 군 생활 동안 계속 돈 생각밖에 안 한 것 같아요. 오히려 전역하면 돈을 더 못 받을까 봐 걱정됐어요."
- A 씨 인터뷰 중

B 하사는 A 씨와 가장 가까이서 24시간을 지내는 간부였다. 그런 사람이 "부대원들에게 너에 대한 소문을 안 좋게 내겠다"며 A 씨를 협박해 돈을 빌렸고, 갚지 않았다. A 씨의 휴대전화를 몰래 빼돌려 '비대면 대출'을 받는가 하면, '소액 결제 서비스'로 200만 원 상당을 이용했다. 모두 병사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평일 일과 시간 또는 새벽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게 착취한 돈은 약 4천만 원. 일부 변제받았지만, A 씨는 전역과 함께 3천만 원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A 씨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B 하사

■ "부대에서 제때 조치만 했어도" vs "가해자 분리했다"

B 씨는 결국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A 씨에 대한 괴롭힘이 시작된 지 8달 만이었다.

A 씨는 인터뷰 내내 망설이며 소심한 본인의 성격을 탓했다. "왜 거절하지 못했나" 물었을 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동안 대답을 못 한 채 손끝만 만지작거렸다. A 씨의 아버지는 "군대를 다녀오면 성장하기 마련인데, 아들은 더 퇴보했다"면서, 군대가 밝았던 아이를 마치 '로봇'처럼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이라는 자부심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 하지만 "사태가 벌어진 뒤로는 군 간부들이 다 회피하고 있다"며 "부대에서 제때 조치만 했어도 피해는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육군은 선을 그었다.

해당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인한 범법 행위로서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예정입니다.

- KBS 질의에 대한 육군 측 답변

■ '개인의 일탈'이라는 육군, 부대 대응 적절했나

정말 '개인의 일탈'이었을까. 취재해 보니 육군 측 입장과 다른 정황이 나왔다. 우선 B 하사에게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한 장병들은 A 씨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병사, 동료 간부도 있었다. 그는 '빌린 돈을 도박에 썼다'고 피해자들에게 털어놓았다.

부대가 B 하사의 금전 문제를 인지한 건 지난해 7월이었는데, 당시 이뤄진 조치는 '설문조사'와 '금전 관련 교육'이 전부였다. B 하사는 그 뒤로도 동료들에게 돈을 빌렸다. A 씨의 휴대전화로 몰래 대출과 소액결제를 한 것도 이때였다. 결국 B 하사가 전출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B 하사 부모가 7월쯤 1억 8천만 원을 변제 해줬다고 들었습니다. B 하사는 그 뒤로도 제 아들하고 같이 진지도 타고, 계속 붙어있게끔 근무를 서게 됐고요. 처벌이 없었답니다. 그냥 돈을 갚은 걸로 끝내고 넘어가 버렸던 게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 A 씨 아버지 인터뷰 중

KBS 취재가 시작되자, 처음에는 인터뷰에 응했던 다른 피해자들과 B 하사의 태도가 변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정훈(공보)을 통해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A 씨에게 일어난 일, 부대의 대응, B 씨의 해명과 육군 측 입장을 영상에 담았다.

[연관 기사] [단독] 병사 휴대전화로 몰래 대출…부대는 늦장 대응? (2025.02.03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65960

촬영기자: 박찬걸 권준용
영상편집: 김기현
그래픽: 김경진 서수민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455 여수 하백도 해상서 선원 14명 어선 침몰 추정…“한국 선원 3명 의식없어” 랭크뉴스 2025.02.09
44454 치킨 프랜차이즈, 자사앱 힘준다는데… 소비자들 시큰둥한 이유는 랭크뉴스 2025.02.09
44453 동남아 여행 주의보…베트남서 '가짜 술' 먹은 관광객 2명 사망 랭크뉴스 2025.02.09
44452 여수서 14명 탑승 어선 침몰 추정…7명 구조·7명 실종(종합) 랭크뉴스 2025.02.09
44451 엄마 폰에 뜬 '소개팅 알람'…프로필 사진에 20대 딸 사진이? 랭크뉴스 2025.02.09
44450 포용과 통합…이재명이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 랭크뉴스 2025.02.09
44449 '15∼20조 벚꽃추경' 골든타임 끝나간다…'9부 능선'서 갈림길 랭크뉴스 2025.02.09
44448 [날씨] 전국 강추위에 칼바람…서해안·제주 눈 랭크뉴스 2025.02.09
44447 "연대 논술 디시인사이드 유출 없었다"…챗GPT로 푼 1명만 송치 랭크뉴스 2025.02.09
44446 트럼프발 관세전쟁 반사이익…값싼 '캐나다 원유' 한국 오나 랭크뉴스 2025.02.09
44445 참가비 5만원 '내돈내산' 로테이션 소개팅…'MZ의 사랑법' 랭크뉴스 2025.02.09
44444 이재명 때리면서도 단일화 구애…'조국 없는 조국당' 대선 고민 랭크뉴스 2025.02.09
44443 '반도체법·연금·추경' 줄다리기…이재명·권성동 국회연설 출격 랭크뉴스 2025.02.09
44442 "친정엄마처럼 따랐던" 60대 할머니, 띠동갑 남편과 불륜…걸리자 되레 분노 랭크뉴스 2025.02.09
44441 美 스탠퍼드·워싱턴대 "50달러로 오픈AI 버금 AI 모델 개발" 랭크뉴스 2025.02.09
44440 전남 여수 거문도 해상서 대형 어선 전복‥7명 구조 랭크뉴스 2025.02.09
44439 여수 하백도 해상서 선원 14명 어선 침몰 추정…최 대행 “인명구조 최우선” 랭크뉴스 2025.02.09
44438 여수 하백도 인근 14명 승선 어선 침몰추정 사고…1명 구조 랭크뉴스 2025.02.09
44437 [속보] 전남 여수 거문도 해상서 대형 어선 전복‥7명 구조 랭크뉴스 2025.02.09
44436 [속보] 여수 거문도 해상서 선원 14명 어선 전복…최 대행 “인명구조 최우선” 랭크뉴스 202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