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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쇼크, AI 산업 현주소 진단
중국발(發)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간 막강한 자본력과 인적 인프라를 앞세운 미국 독주 체제의 글로벌 AI 시장에서 한국은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쟁 여건에서도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AI 시장 규모는 2023년 2조6123억원에서 2027년 4조4636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14.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의 스푸트니크 모먼트다.”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의 마크 안드레센은 지난달 소셜미디어 X에 “딥시크 R1은 내가 본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며 ‘딥시크 쇼크’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이는 딥시크 등장이 가져온 전 세계의 충격을 가장 잘 압축한 말로 꼽힌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당시 소련(러시아)이 미국에 앞서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이다. 전 세계 AI 생태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정도로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혁신적일까.

그래픽=남미가 기자
딥시크는 지난달 20일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R1’을 출시했다. 딥시크는 “특정 AI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o1 모델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수학, 논리 문제, 코딩에 강점을 나타냈다. 하지만 중국 AI 딥시크가 아직은 미국 선두 주자인 오픈AI를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딥시크 돌풍 속 오픈AI는 지난 3일 새로운 AI 검색·연구 도구인 ‘딥 리서치’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오픈AI의 검색·기술력 우위를 강조했다. 현재 가장 어려운 AI 성능평가로 불리는 ‘인류의 마지막 시험’에서 ‘딥시크-R1’의 정답률은 9.4%인 반면, ‘딥 리서치’는 26.6%로 2.7배 높았다.

그러나 AI 업계는 딥시크가 ‘게임의 법칙’을 바꾸었다는 점을 주시한다. 바로 압도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딥시크가 개발 경과를 설명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비용이 약 557만 6000달러(약 80억원)다. 오픈AI(GPT-4)의 18분의 1, 메타(라마 3.1)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로써 AI 개발은 ‘규모(돈)의 경쟁’이라는 공식을 뒤흔들었다. 케빈 루즈 뉴욕타임스 기술 칼럼니스트는 “강력한 칩과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가정을 깨뜨렸다”고 말했다. 값싼 AI 시대를 연 것이다.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는 “미국 오픈AI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 과학적 혁신을 일으켰다면, 중국 딥시크는 (새롭지는 않지만) 효율성을 높인 엔지니어링 혁신을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비용 축소에 대한 의혹은 무성하다. 딥시크는 중국으로 수출이 금지되는 엔비디아의 고사양 GPU(그래픽처리장치) 대신 사양을 낮춘 H800을 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고사양 H100을 우회 구매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스케일 AI를 창업한 알렉산더 왕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는 약 5만개의 H100 GPU를 보유했을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점은 ‘딥시크 쇼크’는 예고편이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계 특허 관계자는 “미국의 규제 강화가 예상되는데도 중국이 딥시크를 공개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발표된 버전이 아닌, 더 확장된 기술을 보유했을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 소스로 풀리면서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 가능성도 열었다.

최근 중국내 AI 경쟁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중국 알리바바는 지난달 29일 AI모델 ‘큐웬 2.5맥스’를 출시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알리바바 발표 다음날에는 바이트댄스가 AI모델 ‘더우바오 1.5프로’를 공개했다. AI스타트업의 활약도 상당하다. AI 스타트업 중 이미 수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회사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AI 천황’ 또는 ‘작은 호랑이’ 등으로 불리는 문샷, 즈푸AI, 바이촨, 미니맥스, 01.AI, 스텝펀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정보혁신재단(ITIF)은 “중국 AI 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미국 AI기업조차 그들을 따르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출원된 생성 AI 관련 특허 중 약 70%(3만 8210건)가 중국에서 출원됐다. 이는 2위인 미국(6276건)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내 AI 기업은 4400개(2023년 기준)가 넘는다. 이정동 교수는 “제2· 제3의 딥시크가 아니라, 각기 다른 실험을 하는 AI 기업 4000여 개가 있다는 게 진짜 무서운 얘기”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AI 발전의 든든한 배경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AI기업은 국가 주도로 초기 단계의 과도한 경쟁은 제한하는 대신, 적자가 나도 계속 투자하고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며 “장기전으로 갈수록 승자독식 시스템의 미국 기업보다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검열 논란과 정보 유출 우려는 사회주의인 중국 AI 기업의 한계로 꼽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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