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허위정보 처리 투명한 기준과 절차 정하되 부작용 최소화는 필수
“경로 규제론 사라지지 않아…영향력 확대 고리 끊어야” 지적도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선관위 CCTV 장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사태를 벌인 배경엔 부정선거 음모론이 있고, 탄핵 심판 중에도 부정선거 관련 허위정보는 지속해서 생산·확산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주간경향] “전적으로 거짓이다.”

주한미군이 지난 1월 20일 ‘선관위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낸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라는 매체는 지난 1월 16일 “12월 3일 계엄 당일 우리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작전으로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을 체포했다”면서 “미군의 심문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선거 개입 혐의 일체를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한미군사령부가 사실을 전면 부인한 명백한 ‘허위정보’다. 선관위는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스카이데일리를 형사고발 했고, 주한미군은 “공공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 방지를 위해 책임감 있는 보도와 사실 확인을 촉구한다”는 입장까지 냈다.

그러나 적극적 해명은 허위정보 전파를 막지 못했다. 선관위와 주한미군이 적극적으로 반박한 이후에도 극우 유튜버가 ‘선관위 내부 중국인 체포 CCTV’라고 주장하는 출처 불명의 영상을 게재하는가 하면, 스카이데일리는 중국인 간첩들이 한국에서 실업급여를 받았다는 등의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혀 계엄 사태를 벌인 사실이 드러난 뒤 부정선거 관련 허위정보는 여권에 세 결집의 직·간접적 수단이 돼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변론에서 ‘중국인 99명 체포설’ 보도를 직접 언급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정선거 관련 허위정보를 퍼 나르는 극우 유튜버들에게 설 선물도 보냈다. 계엄을 합리화하는 허위정보의 확산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허위정보가 ‘뉴스’의 탈을 쓰고 퍼져나가는 현상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가장 직접적인 대책은 허위정보 유포자의 활동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허위정보는 취약한 민주주의 수준을 드러내는 ‘증상’이기에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은 없다. 온라인 허위정보를 줄일 직접적 처방부터 근본적 해결방안까지 살펴본다.

■허위정보 어떻게 제재할까

먼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같은 기관이 인터넷상의 허위정보를 차단하게 하는 방식은 어떨까. 미디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기관이 직접 나서는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규제기관이 정부 입김에 휘둘린다면 ‘가짜뉴스 제재’의 이름으로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심위는 윤석열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해 보복성 제재를 반복적으로 가해 논란이 커진 바 있다.

합리적 방안으로 꼽히는 것은 플랫폼에 허위정보 확산 방지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이 2023년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 서비스법(DSA·Digital Service act)이 참고가 될 만하다. 이 법은 허위정보와 불법 콘텐츠 등의 확산 위험을 평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형 플랫폼의 경우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와 별도로 2018년부터 ‘온라인 허위정보 실천강령(Code of Practices on Disinformation)’도 시행 중이다.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서명한 이 실천강령은 허위조작정보 제공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 중단 등 15개 준칙을 담고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정부든 플랫폼이든 특정 콘텐츠에 대해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규제하는 대신, 허위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투명한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절차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EU의 디지털 서비스법 등은 참고할 만하지만,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그러면서 “온라인의 허위정보(가짜뉴스) 확산은 하나의 해결책으로 일거에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규제나 처벌 위주의 제도를 만들 경우, 그 제도가 언론 탄압에 활용될 수도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교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디지털 서비스법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한국판 DSA’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토종 포털이 우세한 국내 시장 상황, 유럽에선 다른 법률을 통해 미디어 독립과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무조건적 이식’ 대신 국내 사정에 맞는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세심한 규제 마련과 별개로 대형 플랫폼이 ‘허위정보 확산 방지’ 의무를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지난 1월 구글은 유럽연합에 서한을 보내 허위정보 실천강령에서 요구하는 제3자 팩트체크 기능(구글 검색 결과나 유튜브에 팩트체크 결과 노출하고 알고리즘에 반영)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X(옛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에 인수된 이후인 2023년 아예 실천강령에서 탈퇴했다. 메타는 최근 미국 내 페이스북 등에서 팩트체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유럽 페이스북 도입 시 디지털 서비스법과의 충돌이 예상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규제 ‘적용’ 단계에서 플랫폼 반발 등 걸림돌이 적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향 확대 ‘고리’를 끊어라

허위정보의 내용에 집중하는 대신, 허위정보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질 수 없도록 ‘고리’를 끊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홍보실장(언론학 박사)은 “허위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과 엘리트들의 입을 통해 그 뉴스가 증폭되는 것”이라면서 “허위뉴스는 정치적 불안정에 의한 증상이기 때문에 생산과 확산 경로를 하나하나 규제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허위뉴스 신봉자들이 원하는 결과(유력 정치인을 통한 증폭)를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허위뉴스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얻으려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 더 유효한 처방”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뉴스는 뉴스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허위뉴스를 의제화하는 보도 자체가 의심과 믿음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위정보를 토대로 한 뉴스가 ‘가짜’로 판명돼도 쉽게 진화되지 않는 배경엔 기성 언론의 신뢰 저하가 자리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이 (가짜뉴스로 인해) 혼란스러울 때 ‘적어도 이 언론에서 하는 얘기는 사실이다’라고 할 만큼 신뢰가 형성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매체가 없는 게 지금의 언론 현실”이라면서 “많은 매체가 (각 진영의) 워리어(전사)가 되어 자기 독자 입맛에 맞는 얘기만 하고 있다는 점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무엇이 허위정보 확산의 토양을 만들었는지를 성찰하는 것도 필요하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시민 1247명에게 허위정보를 제시하고 어떤 경우 수용하는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진보·보수 응답자 모두에게 허위정보 수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감정’이었다(동아시아연구원 ‘인식조사를 통해 본 가짜뉴스 문제의 본질과 대응 방안: 구조와 행위자를 중심으로’, 지난해 2월 19일 발행). 윤 교수는 “가짜뉴스(허위정보)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갈수록 악질적 가짜뉴스가 나오는 이유는 인물 중심의 진영 간 갈등이 선악 구도로 이루어져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책을 두고 싸우면 가짜뉴스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가짜뉴스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767 '구미 콘서트 취소' 이승환, 헌법소원 냈다…"양심·예술·표현의 자유 침해"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66 켜켜이 쌓인 이야기 따라…돌담 너머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65 김길리, 하얼빈 AG 쇼트트랙 여자 1,500m 우승…한국 첫 2관왕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64 매매가 상승 vs 하락 팽팽하지만...부동산 심리는 이미 한겨울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63 "충격에 식사도 못해"…'인생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의 슬픔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62 새 출발하는 뉴진스...어도어 "안타깝다"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61 김경애의 빅샷, 성지훈의 파워…컬링 믹스더블서 아쉬운 은메달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60 다섯 가지 매운 봄나물로 독소 ‘쏙’ 양기 ‘쑥’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9 쇼트트랙 金·컬링 銀…AG 메달 사냥 시작됐다[동계AG]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8 세면대 아래로 물이 뚝뚝?…2천원으로 뚝딱 해결[수리하는 생활]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7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장수 IC에서 차량 9대 잇따라 추돌‥3명 경상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6 김경애의 빗샷, 성지훈의 파워…컬링 믹스더블서 아쉬운 은메달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5 한국 쇼트트랙, 혼성 계주서 대회 첫 금메달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4 ‘234명 성착취’ 총책 신상공개…33살 남성 김녹완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3 韓쇼트트랙, 하얼빈 1호 금메달 쐈다…혼성 2000m 계주 쾌거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2 온라인에 '헌재 폭동' 모의 정황… 경찰, 작성자 추적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1 "한달 5만원? 분노 울컥"...유난히 짠 한국 양육비 산정 [이혼의 세계]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50 [아시안게임] '초짜 조합'으로 은메달 수확한 컬링 김경애-성지훈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49 한국 쇼트트랙, 하얼빈 동계 AG 혼성 계주서 금메달... 대회 첫 메달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48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 순조…국내·국제선 임시편 투입 new 랭크뉴스 202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