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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시간 줄여서 기록하고, 연차 강제 소진 종용”
사흘 만에 100명 찬성 얻어 청원요건 충족

일러스트=이은현

“이 시기엔 기본 새벽 2시까진 일하고, 3~4시 퇴근은 다반사다.”

“어떤 신입은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책상에 노트북만 올려놓은 뒤 무단결근하더라.”

“겨울마다 바쁜 탓에 미용실을 못 갔는데, 미용사분이 스키장에서 일한다고 생각하고 계셔서 웃펐다(웃기다+슬프다).”

회계 감사 성수기(매년 1월부터 3월)를 맞아 회계사들이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기는 등 개선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일부 회계법인이 ‘꼼수’를 벌이고 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회계법인의 불합리한 노동 착취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 요구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민동의 청원서가 국회전자청원에 등록됐다. 이 글은 올라온 지 사흘 만에 100명 찬성을 얻어 청원요건을 충족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 100명이 찬성하면 7일 이내 청원요건을 검토해 공개하는데 사전 요건을 3일 만에 충족한 것이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일부 회계법인은 회계사의 근로 시간 입력을 임의로 통제하거나 축소하게 강요하는 등 방식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타임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월 단위로 정산해 법적 의무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회계사가 실제 근무시간을 입력하면 성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곳도 있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었다. 또 연차를 강제로 사용하게 한 후에도 업무를 맡도록 한다는 고발이 나왔다.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 캡처

회계법인들도 어느 정도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대다수 회사가 3월 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다 보니 1~3월엔 회계사들의 재무제표 감사 업무가 집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 대형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회계사는 “이 시즌만 되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회계사 애인을 두고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된다’, ‘사무실 앞으로 가야만 만날 수 있다’ 등의 고민이 담긴 글이 올라온다”면서 “나갔던 필드(거래처), 나와 있는 필드, 그리고 앞으로 나갈 필드에서 동시에 연락이 오기에 일이 끊임없이 쌓인다”고 토로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청년공인회계사회가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회계사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기간 한 주 평균 노동시간이 80시간을 초과하는 비율은 55.7%에 달했다. 40시간~52시간은 2.2%에 불과했다. 또 회계법인 입사 후 3~5년차(시니어 직급)인 상대적 저연차 직급의 노동 강도가 더 높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됐어도 일감은 그대로이기에 여전히 많은 회계사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초과 근무분은 휴가나 수당으로 받을 순 있지만 회사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일이 쌓여 있어도 회사에서 사실상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잔업을 하기 부지기수”라고 했다.

물론 일각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전보단 업무 환경이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신외감법, 주 52시간 근무제, 표준감사시간제 등이 도입되면서 회계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아지고 연봉도 함께 높아졌다”면서 “고연차 입장에선 오히려 저연차 직원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일을 더 떠안고 있다”고 했다.

다만 비현실적인 업무 강도와 관련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계속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기 힘든 저연차 직원들에 대한 불법적인 행위는 막아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2024년 4월만 해도 빅4 중 하나인 EY한영 회계법인은 인턴들에게 주당 최대 9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도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한영회계법인은 전환형 인턴을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에 ‘소정 근무시간 주 40시간’,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은 50% 가산’ 등을 명시해 놓고 실제로는 주 70∼90시간의 근무를 지시하면서 초과수당을 전혀 주지 않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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