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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보존연구소 운영 청년들, 자료 수집에 전시회 후원도


1993년식 르망 소유주 김형준씨
(인천=연합뉴스)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대표인 김형준씨가 2023년 10월 본인의 1993년식 르망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인천 부평에서 회색빛 작업복은 자부심 그 자체였다.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직원들의 회색 작업복은 주변 식당이나 술집에서 언제든지 환영받는 '대우맨'의 표식으로 통했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책임진다는 자긍심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그러나 세계로 뻗어 나가던 대우차의 쾌속 질주는 IMF 한파 이후 2000년 11월 8일 최종 부도 처리를 계기로 급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2002년 미국 GM이 인수해 'GM대우'로 새 출발 했다가 2011년 '한국GM'으로 사명이 바뀌면서 대우라는 이름은 자동차 업계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우차 라인업
(인천=연합뉴스) 대우자동차 매그너스, 레간자, 에스페로, 프린스.(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르망, 레간자, 에스페로, 프린스, 매그너스 등 시대를 풍미했던 대우차의 화려한 라인업이 추억 속의 올드카 취급을 받는 요즘, 대우차의 가치와 유산을 보존하겠다며 발 벗고 나선 젊은이들이 있다.

2021년 4월 발족한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는 1984∼2004년생 MZ 청년 6명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우차 출신 임직원도 없고 지원금을 주는 곳도 없지만 대우차가 좋아서 의기투합한 이들은 학교와 직장에서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전국을 돌며 발품을 팔아 대우차 관련 자료와 유물 4천여점을 수집했다.

연구소 대표인 김형준(21)씨는 2022년 고교 재학 중 운전면허를 취득하자마자 아버지의 지원으로 1993년식 르망 자동차를 중고차 시장에서 매입하기도 했다.

김씨가 혼자 연구소를 만들자 대우차에 애정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하나둘 온라인상에서 연결되며 지금의 외형을 갖추게 됐는데, 연구소 참여 멤버들은 레트로(복고)에 심취해 재미 삼아 동호회 활동을 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연구원 직함을 사용하는 김동영(25)씨도 자동차 관련 블로그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국내 자동차 산업 역사와 시장 동향을 통찰력 있는 글과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연구소 김동영씨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대우자동차연구소 김동영 연구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6일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인천 자동차 40년' 기획전 관람 뒤 한국GM 노동자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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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이런 경험들이 쌓여 연구소는 최근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열린 '인천 자동차 40년' 특별기획전에 후원사로 참여해 라노스 출시 기념 시계, 대우차 판촉물 계산기 등 80여점 이상의 물품을 전시했다.

연구소는 한국GM 노조가 추진하는 부평2공장 아카이브 사업에도 참여해 국내 최초의 근대식 자동차 공장인 부평2공장의 보존과 복원에 기여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대우차 등 올드카 차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카밋(Car Meet)' 행사를 열며 자동차 헤리티지(유산) 운동의 필요성을 공유하기도 했다.

연구소는 올해에는 더욱 야심 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우선 올해 7월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김형준 대표는 12월 '르망 타고 일본 가기'에 도전한다.

제조된 지 30년이 넘은 본인의 르망차를 몰고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출발해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에 들렀다가 부산으로 가서 시모노세키행 카페리에 차를 실어 일본에 도착한 뒤 도쿄까지 일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인천 자동차 40년' 기획전의 호응에 힘입어 연구소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자체 전시회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997년 '레간자' 신차 발표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젊은이들의 대우차 사랑에 한국GM 직원들도 호응하고 있다.

김웅헌 한국GM 노조 대외정책부장은 "대우차를 거쳐 한국GM까지 30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들도 가지고 있지 않은 물품을 연구소에서 소장하고 있어 놀란 적도 있다"며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대우차의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함께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 중에 왜 '망한' 대우차에 열광하는지 묻자 김동영 연구원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대우차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끝없이 달려 나갔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소중한 자동차 산업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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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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