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올해 독감은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유행했다. 일러스트·경향신문 DB


“병원비 이게 맞는 거죠?”

얼마전 7살 아이가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려 병원에 다녀온 A씨는 진료비 영수증을 받아들고 되물었다. 아이 한 명 치료비가 2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진료부터 약처방까지 2만원 안에서 해결되는 일반 감기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올겨울은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독감이 유행했다. 그런데 몰아치는 유행 기세만큼 사람들을 놀랍게 한 것은 높은 독감 치료비였다. 올해 독감에 걸려 동네의원을 찾은 사람들은 개인별 편차가 있긴 하지만, 10만~20만원의 치료비가 적힌 무거운 영수증을 받았다.

진단검사에 수액 치료 더하면 20만원 훌쩍··· ‘비급여’가 원인

높은 치료비의 원인 중 하나는 독감 확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인플루엔자 A·B 항원검사 비용이다. 검사비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 100%를 다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공개 진료비 정보’에 따르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독감 현장 검사비는 평균 2만7362원, 중간금액은 3만원이다.

이에 더해 독감을 ‘비싼’ 질병으로 만든 핵심은 비급여 치료다. 경구용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 가격이 1만원 미만이지만 수액 주사제 형태인 ‘페라미플루’는 비급여라 가격이 7만~15만원에 이른다. 올해는 페라미플루 품절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의료현장에서는 페라미플루 적극 처방이 이뤄졌다. 여기에 더해 열이 빨리 떨어지라고 해열 주사나 수액 처방도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급여인 수액 역시 4만~10만원 초반의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감검사, 소변검사, 혈액검사까지 받고 10만원대가 넘는 수액까지 맞으니 진료비가 30만원이 넘었다” “4인 가족이 다 독감 걸리니 병원비가 60만원이 금방 넘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백내장, 도수치료에서 독감까지 영역 넓힌 실손보험

실손도수치료, 백내장 등 일부 진료과에서 비급여 ‘과잉진료’의 원인이 된 실손보험은 호흡기 질환 의료이용 행태도 바꾸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4개 보험사(메리츠·현대·KB·DB)가 지난달 1일~15일 독감·감기로 비급여 주사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2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140억원, 2023년 56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네 의원들이 독감 치료제 뿐 아니라 영양제, 비타민, 면역증가제 등을 섞어서 수액 주사제를 처방하면서 진료비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독감 보험’은 이같은 흐름에 힘을 더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최근 들어 한 달에 1000원~3000원 정도만 내면 가입 후 1년 내 독감에 걸렸을 때 치료비를 지급하는 ‘독감 미니 보험’ 상품까지 내놓으며 독감 시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에서 독감 비급여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실손보험은 국민이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자발적으로 가입한 보완적 수단이며 환자가 보장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와 보험사는 실손보험액 증가를 이유로 그 운영의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보 급여 치료는 ‘질 낮은’ 의료 될까 우려”

20만원 상당이 독감 ‘표준’ 치료비용처럼 여겨진다면, 독감에 걸렸을 때 병원 문턱을 선뜻 밟기 어렵지 않을까. 독감 치료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이처럼 비급여 치료가 표준이 되면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돈이 많은 사람은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시 되고, 급여가 적용되는 의료는 ‘질 낮은’ 의료처럼 여겨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체제의 안전성이 흔들린다. 비급여 의료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사적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비급여 영역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또 전체 의료비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건강보험 보장률 중 의원급 의료기관의 보장률은 전년 보다 3.4%포인트 하락한 57.3%였는데, 이는 독감 관련 비급여 주사·검사 증가가 늘어난 탓이 컸다. 의원 독감질환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2022년 59.4%에서 지난해 71.0%로 뛰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이를 건보 보장률 하락의 주 요인으로 보고 대책을 고심 중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사무국장은 페라미플루 등 비급여 치료제의 처방이 늘어난 것을 두고 “비중증 질환에 대한 과잉 처방 행위의 결과”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이 행위를 늘릴수록 이익을 얻어가는 행위별 수가제를 포함한 수가체계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712 제주공항 운항 재개…폭설에 발 묶인 2만여명 속속 탑승 수속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11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바이든 정부의 총기규제 정책 재검토 지시(종합)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10 우크라군이 본 북한군 대량사상…"구식전술에 러 지원도 부족"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9 "영원히 사랑해"...구준엽, 故서희원에 '마지막 고백' 남겼다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8 “서울 아파트는 그림의 떡”...지방 큰손들도 ‘절레절레’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7 지사가 '낭쉐' 끈 이유?…1만8000 신(神)의 제주 봄맞이 가보니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6 용산 참모 목소리 다시 커졌다…“국가원수 尹, 대통령 호칭해야”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5 입대 직후 퇴소했던 20대, 정신질환자 행세해 보충역 판정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4 북한 "우리 핵은 흥정물 아닌 실전용"…비핵화협상 거부 재확인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3 234명 성착취 '목사방' 총책 신상공개…33세 김녹완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2 경부고속도로서 버스가 사고로 멈춘 승용차 추돌‥1명 사망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1 우클릭에도 31% 28% 32%…박스권 갇힌 이재명 대세론 new 랭크뉴스 2025.02.08
48700 대통령 지시 '충격'받은 군인들‥검찰 '녹취' 확보 new 랭크뉴스 2025.02.08
48699 “출산 걱정 사라졌어요”...아이 낳을 때마다 무조건 ‘1억’ new 랭크뉴스 2025.02.08
48698 28년째 환수 중인 전두환 추징금… 867억 공중분해 위기[서초동 야단법석] new 랭크뉴스 2025.02.08
48697 트럼프 “미·일, 북한과 관계 맺을 것…김정은과 잘 지내면 큰 자산” new 랭크뉴스 2025.02.08
48696 日총리 "트럼프와 북한 비핵화 위해 협력" new 랭크뉴스 2025.02.08
48695 ‘회계부정’ 이재용 2심 무죄 판결의 핵심은 ‘국제회계기준’ new 랭크뉴스 2025.02.08
48694 [속보] 234명 성착취 ‘목사방’ 총책 신상공개… 33세 김녹완 new 랭크뉴스 2025.02.08
48693 [세종풍향계] ‘1인4역’ 崔대행 체제… TF 키우는 기재부, 국방부 대령도 합류 new 랭크뉴스 202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