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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대체조제 가능한데 현실적 제약도 존재
‘대체조제’ 둘러싼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장벽
의·약사, 대체조제 활성화·성분명 처방 놓고 갈등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회사가 다르면 다른 약 아니야?”

설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다던 S씨가 대뜸 전화를 걸어 “대체조제를 해도 괜찮은 거냐”고 묻더군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물으니 약국에서 대체조제를 권유 받았는데 영 내키지 않는다고요. 고질적인 편두통을 앓아온 S씨는 평소 복용하던 약을 깜빡하고 집에 내려가는 바람에 며칠을 누워서 지냈다고 합니다. 이러다 연휴를 다 날리겠다 싶어 난생 처음 비대면진료 앱을 다운 받아 신경과 전문의도 만났는데, 정작 약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하더군요. S씨는 "약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고작 2가지인데, 처방전과 동일한 약을 보유한 약국이 하나도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처방전과 다른 약으로 바꾸는 것도 모자라, 앱으로 전송된 처방전을 굳이 팩스로 보내달라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요.

비대면진료가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약국에서 “같은 성분의 다른 회사 약으로 바꿔도 괜찮겠느냐”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실제 코로나19 유행으로 해열진통제 품귀 현상이 빚어졌을 때 대체조제 건수가 크게 증가했었죠. 그런데 여전히 '대체조제'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와닿질 않고 막연한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대체조제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동일 성분, 함량, 제형을 가진 다른 회사의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하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이 있다고 인정된 품목, 일명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은 약사가 대체조제를 하고 의사에게 조제 사실을 사후 통보할 수 있거든요.

정부는 대체조제 사후 통보 과정을 종전보다 간소화하는 정책 변화를 추진 중입니다. 기존에는 처방전에 적힌 번호의 전화와 팩스로 통보했는데, 팩스가 없거나 통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거든요. 보건복지부는 올 2월 대체조제 사후 통보 수단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업무포털을 추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쉽게 말해 약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에게 직접 통보하는 대신, 심평원 업무포털 같은 웹사이트를 활용하자는 겁니다.

국민참여입법센터 캡처


약사단체는 성분은 같은데 회사만 다른 제네릭 수십여 종을 전부 구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체조제 활성화'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습니다. 약국 입장에선 재고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환자 입장에서도 필요한 약을 찾지 못해 애를 먹거나 치료가 중단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값비싼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네릭 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과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대체조제 활성화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약사들의 오랜 숙원인 '성분명 처방'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성분명 처방은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니라 약물의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겁니다. 처방전에 '타이레놀'이라고 약의 이름을 기재하는 대신,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라고 처방하게 하자는 식이죠.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약국에서 별도의 제약 없이 성분이 같은 복제약을 조제할 수 있게 됩니다. 의사 출신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작년말 제안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약사법 개정안은 '처방전 기재사항에 국가필수의약품 등의 성분명 사용을 활성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은 모두 의약품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약 품귀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데 목적을 둡니다. 반면 생동성 시험을 통과했더라도 완전히 같은 약은 아니며 환자의 치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네릭은 제조 공정, 부형제 등의 측면에서 오리지널 약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허용된 오차 범위가 몇몇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거죠.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를 결사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논리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3월 4일까지 온라인 의견수렴 창구인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대체조제 간소화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받고 있으니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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