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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수용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2002년 1월 11일(현지시간)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 미군 수송기가 착륙했다. 수송기에는 아프가니스탄에 억류 중이던 알카에다와 탈레반 포로 20명이 타고 있었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이 전 세계에서 붙잡힌 테러 용의자들을 이 해군기지에 마련한 수용소로 이송하기 시작한 것이 이때였다. 최대 780명까지 늘어났던 수감자들은 재판 없이 장기간 구금되면서 강도 높은 심문을 받았고, 때론 심문을 빙자한 고문과 학대도 있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싼 인권 침해 논란의 중심지였다.

관타나모 기지는 원래 쿠바 영토지만 미국이 이 땅을 임대해 사실상 영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1898년 쿠바를 식민 지배하던 스페인과 전쟁을 벌이던 중 전략적으로 관타나모만을 점령했고, 이후 전쟁에 승리해 쿠바를 독립시키는 과정에서 1903년 기지를 영구 임대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협정에 따라 미국이 매년 임대료로 내는 돈은 금화 2천개(4천85달러 상당)에 불과하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 정권 등장 후 임대료 수령을 거부하면서 기지 반환을 요구해왔으나 미국이 여전히 점유하고 있다.

기지와는 별도로 관타나모 수용소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폐쇄를 공약했지만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수감자도 10여명으로 줄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다시 폐쇄를 검토했으나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오히려 트럼프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취임하자마자 관타나모 수용소를 확대, 운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테러 용의자뿐 아니라 불법 이민자들을 수감하기 위해서다. 최대 3만명까지 수용 시설 확장을 지시했고, 기지 주둔 미군 병력도 증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관타나모에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최악의 범죄자인 불법 외국인을 구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처음으로 2025년 2월 4일 불법 체류자 10명을 실은 항공기가 관타나모 수용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악명높은 갱단 소속 조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불법 이민자를 관타나모 수용소에 무기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법에 따라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테러와의 전쟁의 유산인 관타나모 수용소가 23년이 흐른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강경 이민정책의 상징이 됐다. 한때 '죽음의 수용소'라는 오명까지 얻었던 그곳에서 또다시 불법과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보편적 인식과 가치에 반하는 트럼프의 질주가 끝이 안 보이니 걱정이다. 세계인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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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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