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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강사’ 특유의 대중적 호소력
尹 지지층에 대리만족 효과 발휘
탄핵 찬성층은 ‘분노 마케팅’ 규정
유명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달 25일 그의 유튜브 채널 ‘꽃보다전한길’에 올린 ‘2030세대와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활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그는 이후 전국을 돌며 탄핵 반대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에서 추앙받는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의 트레이드마크는 ‘분노’다. 딱히 새로운 주장을 펴는 게 아니라 분노를 쏟아내는 것만으로 반응은 폭발적이다. 일타 강사 특유의 전달력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보기 드물게 대중적 호소력을 갖춘 보수 진영 스피커의 등장,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위험한 선동가, 곧 식상해질 캐릭터 등으로 평가는 엇갈린다.

‘전한길의 난’ 시즌2

전씨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특유의 사이다 같은 분노였다. 그는 2018년 시행된 7급 공무원 시험 해설 강의에서 출제 당국에 “이따위로 출제하면 안 된다”며 격한 분노를 쏟아냈다. 변별력을 확보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지엽적인 내용을 출제해온 관행을 저격한 것이다. 애초 틀리도록 설계된 문항이란 말이었다.

수험생의 고통을 대변해준 그의 분노에 미디어와 정치권이 반응했다. 출제 당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백기’를 들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선 이를 ‘전한길의 난’이라고 부른다. 난은 성공했고 전씨는 유명 인사가 됐다. 그의 막말과 분노는 마치 욕쟁이 할머니의 욕처럼 수용 가능한 그만의 소통법으로 받아들여졌다. 분노와 막말 속에 애정이 담긴 것으로 인정되면서 그의 거친 모습은 큰 거부감 없이 수용됐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전씨 특유의 막말과 분노는 보수층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그가 탄핵 반대 측에 서며 내놓은 출사표 ‘2030세대와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 영상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 400만회를 훌쩍 넘겼다. 그가 영상을 올리면 기본 100만회, 많게는 300~400만회를 찍는다. 그의 채널 ‘꽃보다전한길’ 구독자는 57만명에서 119만명(지난 6일 기준)으로 폭증했다.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은 비상계엄과 탄핵,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사태 속에 분노를 누적해 왔다. 전씨는 일타 강사의 쉬운 어법으로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정리해주고 더 격정적으로 분노를 쏟아내며 일종의 대리만족 효과를 주고 있다.

여기에 중도 혹은 중립적 입장에서 탄핵 반대 진영으로 드라마틱한 커밍아웃이 위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과거 강의를 살펴보면 사안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중립적인 태도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2023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때는 명시적 반대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역사적 평가는 항상 그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홍 장군 생전에는) 소련과 미국은 같은 편이었다”며 철거 반대 측에 힘을 실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을 보러 갔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도 대중에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전씨는 “니가 뭔데 봐라 마라야”라고 격노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다룬 ‘길 위에 김대중’도 봤다. 보는 건 자유고 판단은 개인의 몫”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전씨는 다수의 영상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혀 왔다.

이런 이유로 윤 대통령 지지층에선 탄핵 찬성 측 ‘극우 프레임’이 먹히지 않을 스피커가 나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젠 갈등 봉합 시도할 때

한쪽에선 전씨의 분노를 일종의 ‘마케팅’으로 규정한다. 사법체계와 선거제도 등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을 정조준하고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윤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는 걸 정당화할 뿐 아니라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7일 “광장의 양극화, 전면적 대결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SNS에서 영향력 있는 일부 인플루언서가 광장에 나온 우파들에게 헌재 결정 불복을 위한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위험한 행위로 (탄핵 인용 시) 서부지법 폭력사태 같은 일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막강한 영향력만큼 그를 둘러싼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전씨를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전씨가 지난 1일 부산역광장 집회에서 “불의한 재판관들의 심판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헌재를 휩쓸 것”이라고 말한 점 등을 문제삼았다. 논란이 일자 전씨는 ‘헌재를 휩쓸 것’이란 표현은 폭력적으로 점거한다는 뜻이 아니고 국민의 기운과 의지를 헌법재판관들에게 폭풍처럼 전한다는 의미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곳곳에서 위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씨 지지자로 추정되는 40대는 전씨 유튜브 채널에 댓글로 “사재(사제)폭탄을 준비 중”이라며 폭탄 테러를 암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글 게시자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자수했으며 장난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또한 위협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협박 메일을 받았다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경찰은 전씨에게 비상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112 신고가 이뤄지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그는 사설 경호업체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고 이제 봉합을 시도할 때라고 말한다. 가짜뉴스와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통해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정치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든 거짓정보 유포든 조회수를 늘려 매출을 올리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사업 모델로 굳어져 자정능력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정치권도 손쉽게 지지층을 결집하는 용도로 쓰지 말고 적어도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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