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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상고심의위 ‘상고 제기’ 판단
상고 법률심이라 승소 가능성 낮아
구속·기소·재판 과정서 4전 전패
말 아끼는 삼성 "무슨 말 하겠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최종 판단의 ‘공’이 결국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검찰은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다만 상고심은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심리하지 않고 법리 오해 등만 따지는 ‘법률심’이라 검찰이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단체 등 재계에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시기에 검찰이 기계적인 상고를 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이달 3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에 대한 상고를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상고 제기 명단에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등 14명의 피고인도 포함됐다. 이는 이날 열린 형사상고심의위원회에서 나온 ‘상고 제기’ 심의 의견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형사상고심의위는 1·2심이 피고인의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라고 선고한 사건을 검사가 상고하려 할 때 문제가 없는지 심의하는 기구다. 변호사·교수 등 전문가 5명 이상이 출석해 심의한 뒤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성은 없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법리 판단 등에 관해 검찰과의 견해차가 있다”며 “1심과 2심도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이 달랐던 만큼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과 분식회계를 인정한 이전 판결과도 배치되고 있는 데다 관련 소송들이 다수 진행 중인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에 대한 1·2심 판단 내에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고 기존 판결과도 배치되고 있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겠다는 얘기다.

검찰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지 나흘 만에 상고 제기를 결정했으나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대법원은 이 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법리가 잘못 적용되거나 오해가 있는지 살펴볼 뿐 원심에서 확정한 유무죄 사실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상고 여부를 판단한 형사상고심의위 외에 앞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 등 네 차례 법률 다툼에서 모두 패했다”면서 “상고 제기 권고가 나온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과거 이 사건 수사를 주도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심 선고 관련 사과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검찰은 2018년 12월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2000년 이 회장에 대한 두 차례 ‘마라톤 조사’를 거쳐 같은 해 6월 9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구속 필요·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당시 법원이 내린 판단이다. 이후 검찰은 이 회장 측의 요청으로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반전을 노렸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선정된 수사심의위 위원 15명(불참 1명, 직무대리 1명) 가운데 10명은 ‘수사를 중단하고 이 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검찰은 그럼에도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2020년 9월 1일 이 회장을 전격 기소했지만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아닌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목적의 합법적 과정에 따른 합병’이라는 게 당시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1심은 또 합병을 통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 공시, 분식회계 등도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2심 법원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 미전실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과 시점을 선택해 결정하고 이를 삼성물산·제일모직에 지시했다는 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합병 계약 이후 주주총회 승인 단계에서 삼성물산의 자기주식을 매각하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당한 영향을 행사하도록 유도한 혐의 △부정 회계 부분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이 실익은 물론 승산도 없는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에 대해 상고하면서 ‘뉴 삼성’ 행보에 다시 제동이 걸린 삼성그룹은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났지만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이 대법원 재판에 직면해 10년 가까이 이어온 사법 리스크를 다시 안게 됐지만 삼성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관련 언급도 피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이 나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회장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이 금감원장마저 2심 무죄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 검찰이 또 상고를 하며 기업인의 발목을 잡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답답해 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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