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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GC녹십자에서 직원들이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약업계가 2024년 성적표를 내놨다. 기업마다 실적은 엇갈린다. 지난 한 해 동안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내수 시장에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 독감 유행도 평년보다 늦어지면서 4분기 실적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고 성장을 기록한 회사가 다수다. 유한양행이 전통 제약사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사이 보령도 5대 제약사(유한양행·한미약품·대웅제약·GC녹십자·종근당, 시가총액 순)에 이어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사정을 알아보니 오랜 연구개발(R&D)과 사업다각화의 성과가 실적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무엇보다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신약의 존재 여부와 그 성능이 수익성은 물론 각 제약사의 기업가치를 결정하고 있었다.
‘신약 효과’에 울고 웃은 2024년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역사는 어느덧 20여 년을 넘기고 있다. 효능이 좋은 신약은 감소하는 인구, 약가 인하 정책,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영업력이나 불법적 리베이트로 승부해야 하는 복제약과 달리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2021년 국내에 첫 출시된 비소세포성 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국산 항암 신약 최초로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 승인을 받았다. 렉라자는 2018년 J&J 계열사인 얀센에 기술수출(LO)한 뒤 지난해 FDA 허가 및 미국 현지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 6000만 달러(약 860억원)을 수령했다. 연말에는 유럽 허가를 받으면서 추가로 3000만 달러(약 430억원)를 받았다. 이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고루 성장한 것이다.

다른 주력 품목 상당수는 해외에서 도입한 상품으로 전반적인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 달러 의약품)가 될 가능성이 큰 혁신 신약이라는 점에서 ‘한 방’이 된 셈이다.

반면 종근당은 2023년 기술수출의 ‘역기저 효과’로 실적이 부진했다. 2024년 종근당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0%, 59.7% 감소했다. 빅파마인 노바티스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한 뒤 추가 임상 진행까지 시차가 있었던 영향으로 보인다. 당시 계약규모는 약 1조7300억원으로 종근당은 계약금으로 1061억원을 받았다.

기술수출 대가로 받는 마일스톤은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매출은 물론 수익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노바티스는 올해 임상을 본격화할 계획으로 종근당의 실적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로 개발됐던 CKD-510은 글로벌 학회에서 심장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실속 챙기며 의료 공백 1년 극복
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제품사진

케이캡 영업 종료도 종근당의 또 다른 실적부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보령과 케이캡, 카나브에 대한 공동 영업·마케팅 계약을 체결했다. 두 품목 모두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다. 카나브는 보령이 개발한 대표 고혈압 치료제다. 양사의 대표 흥행 신약 간 시너지로 인해 HK이노엔은 의정 갈등 여파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갔으며 보령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HK이노엔의 매출 1위 제품은 수액이었다. 그런데 의정 갈등이 촉발된 이후 케이캡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외려 매출이 늘었다. 상급 의료기관 대신 1차, 2차 의료기관에 수요가 몰리자 이들 병원에 판매를 집중했던 전략도 주효했다.

대웅제약 역시 자체 개발 품목을 바탕으로 수출을 늘려가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출액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도 브라질, 칠레 등 중남미와 동남아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의정 갈등이 제약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동네 의원과 지역 병원급 기관 대부분은 정상 진료를 했기 때문이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의약품 소비 자체는 거의 줄지 않았기 때문에 수액 판매 비중이 높은 일부 제약사들만 타격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액 매출 비중이 30%를 넘는 JW중외제약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나란히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3분기 기준 매출 비중은 영양수액과 일반수액이 각각 19.2%, 11.5%로 나타났다. 특수수액도 4.1%를 차지했다.

다만 늦게 시작된 독감 유행과 의정 갈등 완화로 인해 올해는 실적회복이 기대된다. 통풍, 탈모 치료제 등 신약 개발도 한창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R&D 투자 규모는 590억원으로 처음 매출의 11%를 초과했다.

지난해 3월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한편 대형 제약사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한미약품이다. 지난해 오너가의 경영권 갈등이 지속되며 혼란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복합·개량 신약 판매를 통해 착실하게 수익을 챙겼다는 평가다. 매출은 전년보다 46억원 증가한 1조4955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45억원 감소했다. 한미약품은 2023년 미국 머크(MSD)로부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에피그노페그듀타이드’ 기술이전료 197억원을 수령했지만 2024년에는 이 같은 마일스톤이 없던 점이 수익성 하락에 소폭 작용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한미약품이 내놓은 의약품 중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품목은 20개에 달하는데 2009년 국내 최초 개량신약 아모잘탄(고혈압 치료제)을 출시한 뒤 꾸준히 R&D 성과를 낸 덕분이다. 그중 아모잘탄과 함께 실적 효자로 꼽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은 지난해 2103억원 판매액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2026년 하반기 비만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한미약품 주가는 반등하고 있다. 2월 3일 23만3000원에서 5일 25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김선아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은) 거버넌스 이슈가 해소되고 있고 주요 제품의 견조한 매출 성장세로 영업력에 큰 손상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는 당장 예상하는 기술이전 수익이 없더라도 주력 파이프라인의 학회 발표 등이 대기 중이고 MSD가 2025년 JPM에서 에피그노페그듀타이드를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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