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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에 공개된 딥시크는 관세를 들고 돌아온 트럼프에게 시진핑이 내놓은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2025년 1월20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큰 사건과 작은 사건이 있었다. 태평양 너머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4년 만에 다시 취임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최악의 대처와 의사당 폭력 사태 등 여러 악재를 극복하고, 다 끝났다고 생각한 인물이 세계 최강국의 운전대를 다시 잡은 것이다.

맞은편 중국에서는 직원이 200명도 안 되는 작은 스타트업 회사가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를 내놨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이다. 주목하는 이가 많지 않았지만, 금세 전세계의 눈길이 집중됐다. 첨단 반도체 없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인공지능 모델의 5~10%에 불과한 비용을 쓰고도 이들에 못지않은 성능을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소스를 공개했다.

‘미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한 트럼프는 공언한 대로 취임하자마자 ‘관세’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세계 최강 경제력이 담긴 트럼프의 칼은 금세 효과를 발휘했다. 불법 이민자 문제를 놓고 다투던 콜롬비아가 무릎을 꿇었고, 캐나다와 멕시코도 미국으로 흘러드는 펜타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는 유럽 등 동맹국에도 무역 적자를 이유로 관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다. 상식과 논리가 아닌 힘과 배짱으로 승부를 가르는 트럼프발 세계의 정글화다.

중국은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와 광물 수출 통제, 기업 제재 등 다중 조처로 맞섰다. 미국의 펀치보다 약하지만, 여러 조처를 섞으면서 ‘우린 캐나다·멕시코와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트럼프는 “버티면 관세를 더 올리겠다”고 호통치지만 중국은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듯 꿈쩍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년 전 트럼프의 강공에 밀려, 미국산 제품 2천억달러어치를 사주기로, 다소 굴욕적인 합의를 한 바 있다. 트럼프의 ‘와신상담’만큼이나 시진핑도 절치부심하며 그와의 일전을 준비했다. 10여년 전 중국이 가전, 조선, 자동차 등 분야에 매달렸다면, 2020년대 중국은 미래 핵심 기술인 정보통신(IT), 우주항공, 반도체, 인공지능에 집중했다. 바이든 정부가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을 내세워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제재를 강화하자, 시진핑은 과학기술 자립을 입버릇처럼 외쳐댔다.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딥시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일에 공개됐다. 관세를 들고 돌아온 트럼프에게 시진핑이 내놓은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반도체, 인공지능 분야의 우위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세계 패권을 걸고 2차전에 돌입하는 때, 미국의 동맹이자 중국의 이웃인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탄핵 소추된 대통령 윤석열은 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 비밀번호와 중국 정부 전화번호가 ‘12345’로 같다며 부정선거 의혹에 중국을 엮어 넣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석열의 충암고 동창 정재호 전 주중 대사는 지난달 말 몰래 이임식을 치른 뒤 조용히 한국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의 친구라는 뒷배로 주중 대사에 오른 그는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반중 인식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두려웠을 것이다.

2025년 1월20일의 역사는 트럼프의 귀환과 딥시크의 등장 중 어느 것을 상단에 적을까. 안타깝게도 한국의 역사는 그즈음을 법원 폭력 사태(1월19일)로 기록할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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