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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정원 직원 2명이 ‘(저를) 마취시켜서 포대에 담아 북한으로 보내라’라는 암호를 해독해 찾아왔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고 이제 저를 노리고 있는데, 절대 (저를) 체포할 수 없다. "
5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19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해 연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북한 간첩의 납치 의혹을 꺼내며 한 말이다. 전 목사는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뒤 서부지법에 난입한 이들을 선동한 혐의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정작 그는 회견 시작 뒤 20분간 “부정선거로 야당이 국회를 점령하고 있다”며 유튜브 등에서 주장했던 각종 음모론을 연설했다. 현장 취재진 사이에선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경민 기자

질의응답이 시작되고 나서야 서부지법 사태 관련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폭력 사태를 선동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끌고 나와야 한다고 말한 건 1000만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면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선동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를 문제 삼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문해력이 부족해 이해를 못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난동 전 서부지법 앞에서 “국민 저항권을 발동시켰기에 서울구치소로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윤 대통령을) 모셔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라고 직접 언급하며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어 “준비됐냐”, “확신하냐” 등 부추기는 표현도 재차 했다.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진입해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시위대로 인해 부서진 서부지법 표지판이 짓밟히고 있다. 이영근 기자

기자회견은 협박성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전 목사는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의원)와 나를 연관시키는 언론을 고발할 것이니 기사를 정정하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내란 선동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이 전 의원 판례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유튜버 신혜식씨는 “경찰이 (전 목사) 입건 전부터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함정 수사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추가 음모론만 제기하다 보니, 당초 회견의 목적이던 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 전 목사의 배후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난동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인 40대 이모씨에 이어 윤모(57)씨도 5일 구속된 상태에서다. 전 목사는 이날 “윤 전도사는 애국운동을 위해 우리 교회에 출석한 사람”이라며 “내가 그런 애들과 대화할 군번이냐”라고 선 긋기만 했다.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력 집단난동 사태에 가담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윤모씨가 5일 구속됐다. 연합뉴스

전 목사가 앞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을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운다”, 2019년엔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등 돌출 발언들로 이름을 얻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선 방역수칙을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지역 재개발 조합과 사랑제일교회 철거 보상금 등 갈등으로 물리적 충돌을 벌여 신도들이 실형을 받기도 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3개월간 400만 건의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2019년 징역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지자 수도 늘었다. 부정적인 영향력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목사인 그가 혐오·협박·폭력 대신 기독교에서 중시하는 사랑·진실·희생 같은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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