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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지난 정월 제주 전역서 '포제' 열려
동물단체 동물보호법 등 불법행위 해당
동물 희생 최소화하는 의례로 탈바꿈해야
제주에서 사육되는 흑돼지. 검은 수퇘지는 제주의 마을 전승의례인 '포제'에 '희생'으로 사용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1리 포제단으로 가는 길.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제주비건 활동가
들은
마을 전승의례인 '포제'(酺祭)
준비 과정에서
돼지를 공개 도살
한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한국일보
가 전날 마을 관계자에게 확인했을 당시만 해도 돼지를 현장에서 도살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오전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는 돼지가 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오가기도 했다.
강재원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는 "관계자로부터 살아 있는 돼지를 제의에 데려왔다가 도축장으로 다시 보내 도축하겠다는 입장을 들었다"고 전했다.

제주 전역에서는 남성들이 입춘이 지난 정월, 한 해의 안녕과 화합·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유교식 제법으로 시행하는 제의인 포제가
열린다. 올해에는 1월 말~2월 중순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92곳에서 열리고 있다. 해신제 등 다른 형태의 제의를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제물은 희생·메(쌀, 조 등 곡식)·과일·채소를 준비하는데
희생으로는 돼지(검은 수퇘지)
를 올린다.

한진오 제주대 소속 민속학자가 '제주의 소리'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포제 진행 시 전통적으로는 제의를 시작하는 날 오후에
양돈장에서 희생으로 쓸 검은 수퇘지를 데려와 포제단 어귀의 길목
에 매어 놓고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이 도축
해왔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1리에서 마을 전승의례인 포제가 열리는 포제단(오른쪽) 을 알리는 표지와 포제에 쓰일 돼지가 운반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럭. 동물자유연대 제공


성읍1리의 경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에 따라 지정된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이 아니어서 자가도축이 허용되는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러한 도축 과정은 축산물위생관리법(작업장이 아닌 곳에서 자가도축을 하는 것을 금지)을 위반
하는 것인 데다
동물학대라는 지적
이 제기됐다.

성읍1리가 올해 포제에서도 돼지를 현장에서 도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물자유연대
는 지난해 12월 중순
표선면
에 해당 행위가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전달했다. 이에 표선면은 10개 마을 이장들을 대상으로
현장 도살 대신 지육을 사용
해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성읍1리의 경우 올해도 전통 도살 방식을 고수하려다 한국일보 취재가 시작되고, 단체가 현장에 참석하면서 도살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흑돼지. 국가유산청 제공


각 지자체는 포제에 이용되는 돼지가 어떻게 도축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돼지 도축 방식은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일보가 포제를 진행했거나 준비 중인 10여 군데 마을 회관에 확인
한 결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남원읍 신례2리,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등은
이미 도축장에서 도축된 돼지를 이용
하고 있었다. 길게는 10여 년, 짧게는 올해부터 도살 방식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마을 관계자는 "현장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게 불법인 데다 이제 도축이나 해체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돼지머리만 놓자는 의견이 많지만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대가 바뀐 만큼 동물 희생 의례 근본적 재검토돼야

포제의 한 장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유튜브 캡처


동물단체들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 있는 생명을 제물로 희생시키는 것에 대해 제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2월
충남 태안군 황도
에서 정월 어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인 '황도 풍기풍어제'에서
살아 있는 소를 도살
하는 행위를 동물보호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으로 보고 공개 도살 중지를 요청했고
주민들은 의견을 모아 공개 도살을 하는 대신 지육을 사용
하기로 한 바 있다.

강 활동가는 "시대가 변하고 시민의 의식이 성장한 만큼 과거부터 이어온 행사도 본질은 지키면서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란영 제주 비건 대표
도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로 안녕과 화합을 바랄 수 있겠느냐"며 "특히 현장에서 동물을 도축하는 것은 계승할 전통이 아니라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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