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전에서 숨진 2살 아이의 부모가 지속해서 아이를 학대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딸에게 성인이 먹기 어려울 정도로 매운 불닭소스, 소주 등을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법 11형사부는 A씨(30대) 부부의 아동학대살해,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 유기·방임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A씨 부부가 미숙아로 태어난 딸의 건강이 좋지 않고, 의료비 등 부담이 가중되자 양육에 회의감을 느끼게 돼 학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병원을 퇴원한 아이에게 위루관(위에 직접 연결하는 관) 사용을 중단한 채 무리하게 이유식을 먹였다. 결국 영양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이는 영양결핍 상태에 놓였다.
지난해 10월쯤부터는 아이를 발로 차거나 때리는 중 신체 전반을 수시로 폭행해 온몸에 멍이 생겼다. 아이가 앉아있을 때 밀쳐 머리 뒷부분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골절이 생긴 정황도 확인됐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15일에는 성인에게도 맵다고 평가하는 불닭볶음면 소스를 티스푼에 담아 아이에게 먹이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A씨가 화장실에서 입에 묻은 소스를 씻기던 중 아이가 울자 아이를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부부는 약병에 소주를 넣어 먹이기도 했다. 부부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고 아이는 결국 다음날 숨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16일 오전1시6분쯤에서야 “아기가 숨 쉬지 않는다”고 119에 신고했다.
검찰은 “아이가 죽은 뒤에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자신들의 학대 행위가 발각되는 것이 두려워 방치하다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신고했다”며 “두 사람은 서로의 학대 행위를 알면서도 조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 부부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기본적으로 반성하고 있고, 부인할 마음이 없다”면서도 “다만 살해 의도가 없고 학대 행위와 사망 인과관계 부분은 소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인정하지만, 일부 행위를 부인하는 내용이 있던데 잘 판단해서 추후 의견을 밝혀달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숨진 아이 측 변호인은 “피해자는 당시 만 2세로 스스로 보호하거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피해자가 이미 숨지고 의견을 말할 친척도 없다. 변호인으로서 엄벌을 탄원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