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카펠라호 전경. 사진 한국석유공사
정부가 ‘대왕고래’로 명명된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 구조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시추를 마친 결과, 이곳은 더 이상 파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잠정 결론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재진에 “이번 대왕고래 구조 시추 작업에서 가스 징후를 일부 잠정적으로나마 확인했지만,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었다”며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동해 대왕고래 유망 구조 해역에서 탐사시추 작업을 진행했던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4일 작업을 마치고 전날 한국을 떠났다.
이 관계자는 “대왕고래 구조의 탄화수소 가스 포화도가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탐사시추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탐사시추에서 대왕고래 구조에 석유·가스가 존재할 수 있는 탄화수소 저류층, 이를 덮고 있는 덮개암 등이 존재하는 것은 확인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탄화수소가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발표다.
가스전 사업에선 경제성(실제 가치 있는 석유·가스가 있는지)을 평가받더라도 채산성(파내는 비용 대비 이익이 나는 정도)까지 확인돼야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왕고래 구조는 첫 경제성 평가 단계에서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다. 구멍을 뚫은 대왕고래 구조는 원상복구했다.
정부는 이번 탐사시추 결과를 남아있는 동해 심해 6개 유망 구조의 유망성에 대한 오차 보정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앞선 1차 유망성 연구 자료를 이번 탐사시추 결과와 비교한 결과, 가스 징후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전반적인 석유 시스템(저류층·덮개암 등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남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오차 보정 작업과 추후 탐사를 진행하면 더 많은 오류를 보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남은 6개 유망 구조에는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받아서 탐사시추를 진행할 방침이다. 해당 관계자는 “해외 기업을 통해서 탐사를 추가적으로 이어가는 게 자원개발 생태계를 위해서 좋다는 생각”이라며 “투자 유치 조건과 예산 필요성, 전문가 의견과 국민 여론을 종합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고 강조했던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실상 실패에 대해 “1차 발표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무적인 영향이 많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1차 발표 때 여러 과정 거치며 자료 공개·발표 여부와 관련한 질타를 받았고,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보아 생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어서 이번 발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