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연구원이 슈퍼컴퓨터 5호기를 점검하고 있다./KISTI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이 또다시 미뤄졌다.
6일 조달청 나라장터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이날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사업 개찰을 진행한 결과 유찰됐다. 작년에 진행한 네 차례 입찰 공고에는 응찰자가 한 곳도 없어서 유찰됐는데, 이번에는 한 곳의 회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상 단독으로 입찰한 경우 재공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찰이 된 것이다.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사업은 예산 부족 탓에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2022년에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에 2929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시스템성능 600PF, 저장공간 200PB, 네트워크 대역폭 400Gbps으로 전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GPU(그래픽처리장치) 가격이 급등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2022년에 배정한 예산으로는 급등한 GPU 가격을 맞출 수 없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능을 구현하려면 8800개의 GPU가 필요하다. 정부가 낸 입찰 공고에 한 곳의 회사도 응찰하지 않으면서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당초 계획대로 라면 슈퍼컴퓨터 6호기는 올해 가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사업자도 선정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 적정성 재검토를 진행해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에 필요한 예산을 4483억원으로 늘렸다. 이후 첫 입찰 공고를 냈지만, 이번에도 응찰 기업이 적어 유찰된 것이다.
예산 증액에도 유찰된 원인으로는 환율 상승이 꼽힌다. 예타 적정성 재검토를 거쳐서 새로 책정한 6호기 예산은 관련 법에 따라 조사 직전 해인 2023년 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잡았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05.41원이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금은 1450원대까지 올랐다. 고환율로 실질 사업비가 감소하면서 해외 업체들이 슈퍼컴퓨터 6호기 사업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줄었다.
슈퍼컴퓨터는 초거대 AI를 비롯해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이 늦어질 수록 첨단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질 가능성이 커진다. 슈퍼컴퓨터 6호기는 이미 가동률이 포화 상태에 달했고, 성능도 뒤처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