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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소장에 계엄군 선발 가장 이른 시점 ‘10월14일’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명확하다. 모든 조사에 불응했지만 사실상 범행 자백에 해당하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해산을 전제로 한 비상입법기구 설치, 한겨레 등 비판적 언론사 봉쇄 같은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증거가 차고 넘친다.

다만 이런 탓인지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내란 범죄를 저지른 ‘직접적 동기’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틈을 비집고 윤 대통령은 ‘야당 독재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내란 모의와 순차적 실행, 국회 해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등에 비춰볼 때 내란의 직접적 목적이 ‘본인과 김건희 형사처벌 회피’는 물론, 검찰과 군을 앞세운 ‘윤석열식 장기집권’ 같은 큰 그림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A4 용지 101쪽에 달하는 공소장에서 △국정 상황에 대한 인식 △주요 군 지휘관 모임과 정치 상황 불만 토로 △발언 수위 고조 등으로 항목을 나눠, 거대 야당 콤플렉스와 부정선거 망상에 빠진 최고 권력자의 ‘자기 최면적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 가운데 범행 동기로 볼 수 있는 분량은 7쪽 정도다.

공소사실을 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께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 등에게 군부를 동원한 비상대권 등 비상계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결심을 최종 굳힌 시점을 “11월29, 30일쯤”(2월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장 탄핵 발의 얘기가 나오면서 김용현에게 계엄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 12·3 비상계엄 선포 담화, 12·12 대국민 담화 등에서 계엄 선포 이유로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삭감 △부정선거 확인 등을 들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부실·조작·봐주기 감사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이 최 감사원장 탄핵 추진을 밝힌 것은 지난해 11월1일,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시점은 11월28일이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 추진과 본회의 부의도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 민주당은 2025년도 정부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검찰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 등을 예고했는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는 감액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지난해 11월29일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 상황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타개책으로 계엄 필요성을 ‘고민’하다가, 이를 최종 결심한 시점이 ‘11월29일’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비상계엄 선포를 전제로 한 윤 대통령의 구체적 준비는 이보다 최소 45일 전부터 실행됐다.

윤 대통령 공소장에서 계엄군 선발이 실제 이뤄진 가장 이른 시점은 2024년 10월14일이다.

공소사실을 보면, 김용현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14일께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노상원 장군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중앙선관위 직원들의 부정선거 관여 의혹 수사 목적의 ‘계엄사령부 산하 제2수사단 수사2·3부’ 요원 구성을 계획한 상태였다. 김용현→노상원→문상호→김용군 정보사 대령 등으로 이어지는 비선이 가동되며 HID 소속 요원 선발과 중간보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검찰은 그 시점을 “2024년 10월 중순”으로 파악했다.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은 6일 “민간인 노상원은 육사 선배인 김용현의 지시에만 움직였고, 김용현은 윤석열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산하 조직인 제2수사단이 본격 구성되기 시작했다는 2024년 10월 중순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로 든 감사원장·검사 탄핵안 발의도, 민주당의 예산 삭감도 있기 전”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4년 10월 중순’의 정치·안보 상황은 윤 대통령을 궁지로 몰고 있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판단을 앞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압박이 커지고 있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을 겨냥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명태균씨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대선을 앞두고 매일 전화했다”고 직접 폭로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부실·조작·봐주기 감사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북한은 대북 전단에 이어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며 “전쟁 발발 도화선” ““대응 보복” “끔찍한 참변”을 예고해 파장이 확산하는 때였다. 이를 부인하지 않거나 묵인·방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의도에 의심이 커지던 때다. 국군방첩사령부가 내란·군사반란범인 전두환·노태우 사진을 다시 걸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대한 경고성 계엄’을 주장하며 감사원장 탄핵소추안 발의가 비상계엄 선포의 결정적 버튼이었다고 했는데, 그보다 한참 앞선 시점부터 비선 조직을 통해 이미 계엄군 선발에 착수했던 것이다.

야당의 한 의원은 “비상입법기구 설치 구상 등에 비춰볼 때 단순히 부정선거 의혹 확인이 아닌 장기집권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잘 아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 시절부터 부정선거를 의심했다고 하는데, 그랬다면 검찰을 통해 인지수사를 했으면 된다. 이제 와서 부정선거 의혹 확인이나 야당에 대한 경고를 말하는 것은 나중에 가져다 붙인 핑계이고, 실제 이유는 본인과 부인의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한편, 입법과 선거사무를 장악해 집권 연장 기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남은 탄핵심판 변론에선 이에 대한 조사와 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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