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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때와 지금의 중도 민심 비교해 보니
김정하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2024.12.14) 이후 급속히 붕괴할 것으로 보였던 보수층이 예상보다 빠르게 결집했다. 필자는 지난 1월 2일 자 ‘이슈해부’에서 2017년 탄핵 정국 때보다 보수층이 덜 흔들린 이유로 ▶국민의힘(구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위상이 크게 다르고 ▶보수층에서 과거 반문재인 정서보다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강하다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박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 이후 철저히 개인적 차원에서 자기방어를 시도했으나, 윤 대통령은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며 탄핵 반대에 나섰다는 점이 되겠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찬성 압도적
지금 윤석열 탄핵 반대 36~39%

20대 대선은 중도서 윤석열 우위
현 중도층 정권교체론 55~59%

이재명 우클릭 중도층 공략 시동
국민의힘 탄핵 반대에 발목잡혀

김경진 기자
여론조사 수치로 8년 전과 지금의 탄핵 여론을 비교해보자. 여기선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는 제외하고 메이저 여론조사기관의 전화면접조사만 살펴봤다. 2017년 1월 15~16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의견은 78.9%였고 반대는 15.9%에 그쳤다. 탄핵 찬성이 압도적이다. 이 여론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2017.3.10)이 날 때까지 별로 변화가 없었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2017.2.3~4) 찬성 78.5% 반대 13.9%, 조선일보-칸타코리아(2017.3.3~4) 찬성 73.3% 반대 19.9%, JTBC-한국리서치(2017.3.6~7) 찬성 75.2% 반대 17.4%였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화
그런데 최근 설 연휴를 전후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2017년 때와 양상이 꽤 다르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에 대한 질문에 SBS-입소스(1.23~25) 찬성 59% 반대 37%, KBS-한국리서치(1.24~26) 찬성 60% 반대 36%, MBC-코리아리서치(1.27~28) 찬성 58% 반대 39%, 세계일보-한국갤럽(1.31~2.1) 찬성 61% 반대 36%로 나타났다. 물론 찬성 비율이 높긴 하지만 반대 여론도 30% 후반대의 무시할 수 없는 수치를 기록했다. 범죄 혐의는 박 전 대통령보다 윤 대통령이 훨씬 무거운데도 탄핵 반대 여론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 두 배 이상 높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인, 특히 그중에서도 윤 대통령이 정치세력화를 통해 탄핵 반대 여론을 확산한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진 기자
보수층 결집에 힘입어 최근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도 여야가 팽팽한 상황이 됐다. 1월 31일~2월 1일 실시한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1% 국민의힘 38%로 나온 것을 비롯, MBC-코리아리서치(1.27~28) 민주당 44% 국민의힘 41%, KBS-한국리서치(1.24~26) 민주당 37% 국민의힘 35%, SBS-입소스(1.23~25) 민주당 39% 국민의힘 39%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여전히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차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어느 쪽 후보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야당 후보를 찍어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응답이 정권 유지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정권 유지 40% 정권 교체 52%, MBC-코리아리서치 정권 유지 44% 정권 교체 50%, KBS-한국리서치 정권 유지 39% 정권 교체 50%, SBS-입소스 정권 유지 43% 정권 교체 50%로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보수층과 진보층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의 민심이 어디로 기울어졌느냐다. 최근 조사를 살펴보면 전부 다 중도층이 오차범위 밖에서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중도층만 떼놓고 봤을 때 세계일보-한국갤럽 정권 유지 31% 정권 교체 58%, MBC-코리아리서치 정권 유지 33% 정권 교체 59%, KBS-한국리서치 정권 유지 29% 정권 교체 57%, SBS-입소스 정권 유지 36% 정권 교체 55%였다. 이는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정권 교체와 정권 유지의 여론 격차가 다소 줄어든 긴 했으나 보수층이 급속히 정권 유지 쪽으로 결집한 것에 비하면 중도층의 변화 폭은 크지 않다.

양자구도 시 중도층에 사활
김경진 기자
이 수치를 3년 전 대선 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2022년 3월 7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대선 이후에 공표)에서 중도층은 윤석열 후보 47% 이재명 후보 41%였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기 이전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중도층 민심은 팽팽했다. 지상파 3사-3개 기관 공동조사(2022.3.1~2)에서 윤석열 41.0% 이재명 34.0% 안철수 10.5%로 나온 것을 비롯, 조선일보-칸타코리아(2022.3.1~2) 윤석열 34.6% 이재명 32.8% 안철수 8.0%,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2022.3.1~2) 윤석열 35.1%, 이재명 41.7%, 안철수 11.1%였다.

당시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2022.2.28~3.2) 조사는 대선이 3자 구도인 경우와 보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로 단일화된 경우를 모두 가정해 질문했다. 중도층만 보면 3자 구도일 때 윤석열 39.4% 이재명 41.2% 안철수 10.5%였고, 양자 구도에선 윤석열 44.0% 이재명 43.1%였다. 안 후보의 사퇴가 중도층에서 조금이나마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요컨대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중도층에서 박빙이나마 우세였고 이게 0.7%포인트 차이의 대선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김경진 기자
대선이 양자 구도시 보수층과 진보층은 각각 강력히 결집하기 마련이고 이들은 지지 후보를 잘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각 후보 진영은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에 선거의 사활을 걸기 마련이다. 지금 조기 대선에 대비해 중도층 공략의 시동을 먼저 건 쪽은 이재명 대표다. 지난달 23일 신년 회견에서 이 대표는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선언한 뒤로 발 빠르게 변신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공개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인터뷰에서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대해 “현재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으므로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도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2022년 10월 한·미·일 해상훈련과 관련해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이자 안보 자해”라고 비난했던 것과 비교하면 과연 동일인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 대표는 3일 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특정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하면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반도체 분야에 주 52시간제 적용을 완화할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의 중도층 공략이 얼마나 먹힐진 아직 두고 봐야 하지만 그가 선거철의 기본 공식대로 움직이는 건 확실하다.

경선 룰 중요해진 국민의힘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다소 어정쩡하다. 이 대표가 우클릭한다면 국민의힘은 좌클릭으로 맞서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탄핵 반대 여론이 강해지면서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중도층 포섭에 부담을 주고 있다. 3일엔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가 서울 구치소를 찾아가 윤 대통령을 접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확정될 경우엔 국민의힘도 중도층을 겨냥한 좌클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입장에선 경선 룰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당원들 중심으로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른다면 중도층으로 확장성이 큰 후보들이 열세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룰은 당심과 민심의 반영 비율이 5대 5다. 대선 후보가 사실상 이재명 대표로 결정된 상태나 마찬가지인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누가 후보가 될지 아직 변수가 많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선 경선 흥행을 위해 민심 반영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경선으로 노무현이란 깜짝 스타를 만들어내며 이회창 대세론을 일거에 무너트렸던 2002년의 민주당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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