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미국 안팎에서 "인종 청소 범죄" 비판
사우디 "이스라엘과 수교 못해" 반발
하마스 "점령 허용 않겠다" 대응 시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군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점령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에 아랍 세계가 들끓고 있다. 미국이 아랍권 반대를 무시하고 '팔레스타인 추방'을 밀어붙일 경우 중동에서 또다시 '피의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트럼프가 미쳤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상회담이 열린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가자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자지구 점령 구상'을 내놓자 미국 사회 곳곳에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종 청소 범죄에 해당한다"며 맹비난했고, 공화당에서도 "지역구 유권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제안(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백악관 앞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미군 파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미국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더 큰 반발을 불렀다. 2001년 9·11테러 이후 20년간 약 1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미국을 또다시 중동 갈등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당)은 "미군 수천 명이 학살되는 전쟁이 수십 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가 완전히 미쳤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 동맹국인 호주 정부는 이날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가 병존)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이 통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튀르키예 외무부도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일갈했다.

미국 중동 평화 구상도 물거품

도널드 트럼프(앞줄 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였던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당사자인 아랍 국가들은 더더욱 분노했다. 압델 라티프 알카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변인은 5일 성명에서 "미국의 인종차별적인 입장은 우리를 몰아내고 대의를 없애라는 이스라엘 극우 측 입장과 일치한다"고 비판했다. 마무스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도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인을 조국에서 쫓아내겠다는 요구를 강력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5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이주나 영토 병합 등 권리 침해를 무조건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팔레스타인 독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2017~2021년) 때부터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해 공들였던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구상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오는 11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팔레스타인 이주 반대 입장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정세는 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당장 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부터 6주간 지속되는 1단계 휴전 만료(내달 2일)를 약 한 달 앞둔 이날부터 2단계 휴전 논의를 시작했는데, 갑작스럽게 협상 조건 자체가 뒤흔들렸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미국이 가자지구를 지배하겠다는 계획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678 탄핵 심판 6차 변론…“대통령이 지시” 곽종근 증인 출석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77 '쿠팡에 뺏긴 자리 다이소로 채운다'…대형마트 임대경쟁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76 ‘영하 10도 이하’ 강추위 주말까지 이어진다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75 "이게 나라냐" 尹 격노에 움직인 김용현... 불법계엄 이렇게 시작됐다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74 더는 못 버텨… ‘나홀로 사장님’ 6년 만에 감소세 전환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73 尹탄핵심판 6차 변론…'대통령 지시' 진술 곽종근 등 증언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72 딥시크 등장에 흔들리는 엔비디아 AI 패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생존 위한 ‘플랜B’는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71 부하 ‘거짓말쟁이’ 만드는 윤석열 궤변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70 의대 25학번 딜레마 "조용히 다니고 싶지만… 선후배 관계 고려 휴학 동참해야죠"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9 위험한 사람들이 아닙니다…위험에 처한 사람들입니다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8 산토리니섬 지진 2주째…강진 공포에 주민 3분의 2 대피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7 [단독] '이재용 무죄' 재판부 "미리 정한 결론이 합리적이면 부정회계 아냐"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6 신한, SK·롯데 등 대기업 대출 3조 늘렸다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5 의협 "수급추계위 전문성·독립성 중요"…정원 논의 물꼬 틀까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4 "배터리 일병을 구하라"… 첨단산업 지원 기금 34조원 조성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3 올리브영 유일한 대항마…화장품 사러 '이곳' 간다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2 금 한돈에 60만원…트럼프 "관세" 외치자, 하루만에 5% 뛰었다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1 구글, '비용효율' AI모델 플래시라이트 출시…中 딥시크 겨냥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60 [영상]"F1 경기장인 줄"…심야 도로에서 '폭풍 드리프트'한 간 큰 20대들 new 랭크뉴스 2025.02.06
47659 중국, 美 '트럼프 관세조치'에 WTO 분쟁절차 개시 new 랭크뉴스 202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