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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나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란 부인하는 ‘망상’ 발언에 비판 쇄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내란 혐의를 부정하자 정치권 안팎에서 “혼자만 몽상에 빠져있다”, “자아분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증인신문 뒤 발언권을 얻어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증인 신문의) 이야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은 경고용이고, 대국민 호소용으로,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의사당에서 끌어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아 실체가 없다는 그간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실패로 끝난 것은 계엄군의 출동 지연,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의 소극적 태도, 시민들의 저항 및 여야 의원들의 발 빠른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처리 등 여러 우연적 요소가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일 뿐, 의도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 탄핵소추단 소속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계엄 실패를 의도된 것으로 포장하려다 보니까 아무 계획도 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혼자만 몽상에 빠져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려는 윤석열 피청구인의 계획 자체가 ‘물 위에 뜬 달’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국회 본회의장에 가면 뒤쪽에 (계엄 당시) 부서진 의자들을 쌓아 놓은 게 있다”며 “제가 국회 담당을 넘어 들어갈 때 군이 국회에 들어왔고, 헬기가 떴었고, 유리창이 부서졌던 것은 사실이다. 계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이지, 계엄이 벌어진 사실이 없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윤 대통령의 변론이 앞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국민 담화에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계엄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탄핵소추단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이 다른 자아를 갖고 있다는 게 이번 탄핵재판과 형사재판에서 구현되고 있다”며 “한쪽 자아는 반국가세력을 용서할 수 없어서 짓밟아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다른 자아는) 내가 한 건 보여주기식, 경고식,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모순된 태도를 ‘자아분열’에 빗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한 전화 통화가 격려 차원이었고, 방첩사의 간첩 수사를 도와주라고 이야기한 것이라는 주장을 두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지위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해 놓고 여기저기 작전 상황들을 점검하는 전화를 하고 있었지 않느냐”며 “그런데 국정원 차장을 상대로 격려 전화를 한다는 것이 있을 수가 있는 일이냐. 그 시간이 그런 한가한 전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은 없지만) 간첩 조사와 1차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 간첩을 잡으라고 그러면 국정원이 제일 먼저 알아야 되는 것”이라며 “이걸 왜 방첩사한테 물어보라고 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짚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의 궤변을 비꼬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살인하려다가 미수로 끝났는데, 죽은 사람 없으니 훈방 조치해라 뭐 이런 X소리인가”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엑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운이 좋은 결과일 뿐이고 실제로는 많은 일이 내란 과정에서 착수, 진행됐다”며 “법적으로 무의미한, 지지자들을 위한 호소일 뿐이다. 치졸하다”고 짚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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