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내놓자 중동 국가와 아랍계 미국인 공동체, 전문가들이 반발과 우려를 표명했다. 가자지구 휴전 2단계 이행에도 악재가 발생했다.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소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상회담 이후 ‘가자지구 주민 모두가 가자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이어, 미국이 가자지구에 물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 소유까지 내다보고 있다”며 필요하면 미군을 보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와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채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가자지구 ‘인종청소’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이 일대에 혼란과 긴장을 조성하려는 술수”라며 “가자지구의 우리 국민은 고국에서 그들을 뿌리 뽑으려는 계획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하마스가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RIA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국 위원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러시아 외무부에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숙원인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국교 수립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사우디는 곧장 성명을 내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변함없이 지지한다. 팔레스타인인을 그들의 땅에서 쫓아내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도 수립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주민 이주가 “인종청소”에 해당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영구히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해졌다.
미국 최대 아랍계 미국인 기본권 조직 ‘미국-아랍 차별금지위원회(ADC)’의 아베드 아유브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두렵다. 미친 짓”이라며 “모든 규범과 국제법을 위반한다. 허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쫓아내면 아랍권 국가가 크게 반발하고 지역 전체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아메드 알카티브 연구원은 “가자지구는 미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인수할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날 발언은) 하마스의 통제력을 없애는 정치적 변혁에 방해가 된다”고 엑스에 밝혔다.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 탓에 가자지구 휴전 2단계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한 아랍권 정부 관계자는 “불안정한 휴전을 유지하고 인질 석방을 협상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CNN에 밝혔다. 그는 “이런 발언은 우리가 이룬 진전을 위태롭게 하고 섬세한 균형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