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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전장은 네트워크에도 있다. 차세대 통신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오픈랜(Open-RAN)’이 그것이다. 미국이 밀어올린 오픈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통신사들도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픈랜 핵심은 개방화·가상화

오픈랜은 다양한 공급자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상호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된 무선 네트워크 접근 방식으로 설명된다. 통신망의 구성 요소를 표준화해 서로 다른 업체의 제품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크게 보면 개방화와 가상화 두 가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동통신망의 기본 구조는 단말기와 무선으로 연결되는 ‘무선접속망(RAN·Radio Access Network)’과 다른 망을 서로 연결하는 ‘핵심망(Core Network)’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랜을 구성하는 무선장치(RU), 분산장치(DU) 등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공개된 표준을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게 개방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통신사가 특정 장비 제조업체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일괄적으로 구매·설치해야 했는데, 오픈랜에선 각 부분별로 복수의 제조사로부터 구입할 수 있어 ‘벤더의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다.

오픈랩 이미지. 오랜얼라이언스 제공


가상화는 이동통신 특수 장비 대신 범용 장비로 서버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의 기능들을 나누고, 하드웨어 자원은 그에 필요한 만큼만 할당하는 식으로 효율화할 수 있다. 가상화가 적용된 오픈랜은 서버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클라우드 플랫폼과 큰 차이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오픈랜 기술 자체는 이동통신 기술의 진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제어를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통신 품질을 제공하고, 최근 가장 중요한 흐름인 인공지능(AI)을 접목해 효율적인 네트워크 관리도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통신 장비의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고, 탄소 배출 감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규진 KT 미래네트워크연구소 퓨처모바일연구팀장은 “6G의 지향점 중 하나가 다양한 AI 혁신 기술의 적용을 통한 네트워크 지능화이고, 지능형 네트워크로의 진화에 용이한 구조를 제공하는 기술이 오픈랜으로 볼 수 있다”며 “AI 서비스를 고객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오픈랜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픈랜이 장비 업체의 힘을 빼고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사업자 중심으로 이동통신 산업 생태계의 무게중심을 옮겨가게 한다는 점이다. 애초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자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더욱 주목받을 오픈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랜 장비 시장 점유율(2023년)은 1위 중국 화웨이(31.3%), 2위 스웨덴 에릭슨(24.3%), 3위 핀란드 노키아(19.5%), 4위 중국 ZTE(13.9%)이며, 삼성전자(6.1%)는 5위다. 1990년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는 미국의 루슨트였지만, 2000년대 이후 미국은 주도권을 상실하고 중국과 유럽이 양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도 보안 논란이 있던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미국의 경제와 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달 펴낸 ‘트럼프 2.0 시대와 이동통신 네트워크 전략’ 보고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시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트럼프 1기의 5G 이동통신 때부터 시작돼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지속됐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에서 보듯 성공적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오픈랜을 통해 일부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다수 기업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시키고, 미국의 경쟁력이 강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AI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전환시키고자 한다”면서 “6G 설계 단계에서부터 적극 개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 및 통신장비 제조업체 퀄컴이 기술을 제시하면 미국 업체들에 기회가 생기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빅테크들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특히 AI 칩과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엔비디아는 향후 오픈랜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선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민관연합체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가 출범하면서 오픈랜 정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구축된 오픈랜 성능 시험장(테스트베드)을 통해 국내 기업의 시험·실증을 진행하면서 오픈랜 장비 상용화와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기존 대형 업체들은 시장의 파이를 나누게 되는 셈이지만, 산업 생태계 측면에선 기회가 확장된다고 볼 수 있다. 쏠리드, 에치에프알, 이노와이어리스 등 한국 중견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과 일본 NTT도코모 등 해외에선 오픈랜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은 아직 실증 단계에 있다. 통신사들은 2018년 출범한 글로벌 오픈랜 표준화 단체 ‘오랜 얼라이언스’ 참여를 시작으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KT는 2023년 노키아의 DU와 쏠리드·에프알텍의 RU 연동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제주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글로벌센터에 5G 오픈랜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2월 금오공대에 오픈랜 상용망을 구축했다. SK텔레콤은 ‘텔코 에지 AI’라는 통신 인프라 관련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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