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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생활 터전까지 떠나야 하나"…교육청 "학교 배정 법·절차상 문제없어"


수술 직후 A군의 어깨 상태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그림자도 밟게 하지 않겠다더니 가해 학생이 같은 중학교에 배정됐더군요."

학교폭력 피해자 A(12)군의 모친 박 모(47) 씨는 연합뉴스에 "아들이 아직도 너무 힘들어하는데 같은 학교 배정이라니…학폭위 당시 참았던 제가…모질지 못해서 이런 벌을 받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충남 모 군청 소재지의 한 학교폭력 피해 초등학생이 가해 학생과 같은 중학교에 배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학생은 아직도 극심한 외상 후유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교육 당국은 사실상 가해자의 중학교 배정을 강제할 수 없어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군은 초등 6학년 신학기였던 지난해 3월 11일 오후께 같은 반 학생 B군과 서로 별명을 주고받다 갑작스레 B군에게 엎어치기 공격을 당했다.

오른팔이 꺾인 상태서 넘어져 버린 A군은 오른쪽 어깨 부위 골절과 성장판이 손상돼 전치 6주의 치료와 2∼3년간의 추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외상 판정을 받고, 어깨 부위 20㎝를 찢어 철심을 삽입하는 긴급 수술을 받았다.

한 달 뒤 개최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위원 6명 만장일치로 B군에게 학교폭력 조치 사항 중 7호(학급 분리) 처분을 내렸다.

당시 가해자 학부모는 자발적인 전학을 진행하며 "곁에 가지 않게 하겠다. 그림자도 밟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이 말을 믿은 박씨는 행정심판·소송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이상, 가해자 처벌보다는 심하게 다친 아들의 일상을 다시 찾아주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해 학생 학부모가 피해 부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일부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은 지난해 연말께 가해자 학부모가 B군을 A군과 같은 학교로 진학시키겠다고 통보하며 더 큰 상처로 남게 됐다.

생활편의 상 읍내에 하나뿐인 중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는 이유였고, 박씨의 문제 제기에도 학교 배정을 강제하지 못한다는 교육당국의 답변이 돌아왔다.

현행법상 교육청·교육지원청 등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조치 사항 중 8호(전학) 처분 이상을 받은 경우에만 상급학교 배정 시 피해자와의 분리를 고려할 수 있다. B군의 경우 7호(학급분리)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군청 소재지의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 경우 학교장 재량으로 피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 조치할 수는 있지만 가해 학생의 전학 등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A군은 후유증, 근육 문제 등으로 충남·대전지역 20곳 이상의 병원을 돌아다녔고,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려 오른팔을 잡고 잠을 잔다거나, 구토를 멈추지 못해 등교하지도 못할 만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피하려면 읍내 밖의 학교로 전학 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왜 피해자가 생활 터전을 떠나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읍·면·리 지역은 학교 수가 도시보다 훨씬 적다 보니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계속해서 마주칠 위험이 크다"며 "교육당국이 나서 실질적인 조사와 학폭위 제도의 허점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트라우마에 오른쪽 팔 붙들고 자는 A군
A군은 학교 폭력 피해 이후 오른팔을 잡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한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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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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