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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치솟아 배송까지 선입금 후 대기
고물가에 ‘소비 다운그레이드’ 뚜렷
구매 효율 추구하는 합리적 선택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경북 영주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최모(43)씨는 정품인 ‘꿀사과’보다 품질이 약간 떨어지거나 표면에 흠이 있는 ‘못난이 꿀사과’ 주문이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못난이 꿀사과 가격은 10㎏에 3만5000원으로 정품보다 1만원 이상 저렴하다. 고물가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씨는 사과를 출고할 때 정품을 먼저 박스에 담은 뒤 ‘흠과’로 불리는 못난이 꿀사과를 따로 분류한다. 출고 시간이 긴 데다 주문량까지 늘면서 못난이 꿀사과 배송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인기는 떨어질 줄 모른다. 최씨는 “지난해 11월에 ‘흠과’ 주문을 넣었던 사람들은 한 달을 꼬박 기다렸다가 받았다”며 “그런데도 불경기라 그런지 선입금을 해놓고 대기하겠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고물가로 인한 ‘다운그레이드(downgrade)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품에 약간의 흠이 있어도 이를 감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 패턴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강모(28)씨는 최근 식자재 비용을 절약하려고 ‘못난이 채소’를 값싸게 구매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를 신청했다. 이 서비스는 크기가 들쭉날쭉하거나 모양이 볼품없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직배송해준다. 업체는 농산물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농부들의 노동력에 정당한 보상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강씨는 “다양한 채소를 소량씩 맛볼 수 있고 영양 면에서는 크게 다를 게 없어 좋다”며 “요즘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인데 절약에 보탬도 되고, 농부들에게 도움이 된다니 효능감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더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된 점도 다운그레이드 소비가 확산한 배경으로 꼽힌다. 김모(32·여)씨는 기존에 쓰던 백화점 아이섀도가 바닥을 보이자 온라인 전용 저가 브랜드에서 새 상품을 주문했다. 지출을 줄이려고 저가 상품을 택했다. 대신 상품 사진을 꼼꼼히 비교하며 비슷한 색상 제품을 찾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인터넷 검색에 써야 했다. 김씨는 “화장품을 자주 사지는 않아서 예전엔 백화점 브랜드 구매가 부담스럽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화장품 비용이라도 줄이려고 최대한 싼 제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여파가 길어지면서 다운그레이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화장품 등의 상품 가격에 마케팅 비용이 많이 포함됐고,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굳어진 측면도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질이 좋은데 가격이 저렴한 화장품이 많이 나와서 예전처럼 싼 가격에 대한 거부감은 낮아졌다”며 “결국 성분 배합의 차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브랜드를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아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가치소비란 환경보호나 윤리적 기준 같은 가치를 기준 삼아 소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품질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구매 효율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라며 “최근 친환경성이나 윤리성 등 가치가 새로운 선택지가 되면서 겉모습보다 기능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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