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오른쪽 사진은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뉴시스,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진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사건과 관련해 MBC 사내 문화와 사측의 대처를 비판했다.
배 의원은 “MBC에서 퇴사하면서 한 얘기가 있다. 겉으로 보면 번지르르한 가정집인데 (실상은) 심각한 가정폭력을 자행하는 곳과 똑같다는 것”이라며 “(오씨가) 회사에 SOS(구조요청)를 했는데 묵살된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4일 뉴스1을 통해 밝혔다.
앞서 배 의원은 2008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데스크 앵커 등으로 활약하다 2017년 앵커직을 내려놓고 2018년 3월 퇴사한 바 있다.
배 의원은 “(MBC는) 사내 전반에 그런 문화가 있다. 누가 괴롭히는 걸 묵인하고 용인하고 쉬쉬한다”며 “MBC의 나쁜 사내 문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족이 (오씨가 MBC 관계자에게 피해 내용을 털어놓은) 녹취도 있다고 했는데 회사는 왜 (피해를) 방지하지 않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내에 도움을 청할 기구가 없냐는 질문에 배 의원은 “쉬쉬한다”며 “MBC의 사내 문화는 대학 동아리처럼 인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그중에 누가 마음에 안 들면 굉장히 유치하고 폭력적인 이지메(집단괴롭힘)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씨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니 청문회 개최를 (야당에) 요구해서 진실규명에 앞장서달라”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당부했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2021년 MBC에 입사한 오씨는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약 3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오씨의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들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정황이 담긴 유서와 자필 일기, 녹취록, 카카오톡 대화 등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의혹을 받는 동료 기상캐스터는 4명이다. 오씨의 유족은 지난달 23일 이들 중 한 명인 A씨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고인을 모욕한 단톡방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가해자로 지목된 김가영 MBC 기상캐스터는 3일 방송 이후 출연 중이던 라디오 ‘굿모닝FM 테이입니다’에서 자진 하차했다. 그가 출연 중인 MBC ‘뉴스데스크’와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측에도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MBC는 오씨의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하고 입건 전 조사(내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