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한 건 계엄과 관계 없이 ‘간첩 검거’를 지원하란 얘기였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홍장원 차장에게 전화한 건 계엄사무가 아니고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고 한 것”이라며 “국정원은 정보가 많고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이) 사관학교 후배니까 좀 도와주라고 계엄 상황과 관계 없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조’를 지원하라 지시했다고 재확인했다. 이날 헌재에 출석한 홍 전 차장은 국회 측이 “윤 대통령이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는 취지로 말했느냐”라고 묻자 “그렇게 기억한다”고 대답했다. 이후 자신이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 전화하자 주요 인사들의 ‘체포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추적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제가 만약 계엄에 대해 국정원에다 뭘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들에게는 하지 않는다”며 “1차장에게 계엄과 관련한 부탁을 한다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계엄사무 관련 부탁을 만약 한다면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해야 한다”며 “계엄이 선포되면 방첩사가 사실상 국정원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헌재 심판정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대통령께서 밑의 사람이 예뻐서 정말 오랜만에 전화한 내용이니까 (제가) 거의 토씨까지 하나하나 기억하지 않을까”라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보기에는 대통령 말씀하시는 부분에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이런 저런 게 잘못됐다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냥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거구나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