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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량원펑 등 대부분 ‘국내파’
베이징대 21명, 칭화대 7명 등 순
MS 설립 연구소 출신 11명 눈길
해외파 단 1명…네이버보다 적어
“1998년 전후 출생자. 5년 이하의 경력. 과학·공학에 능통한 인재.” 중국 정보기술(IT) 헤드헌터가 현지 매체에 전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원하는 인재상이다.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챗GPT에 맞먹는 추론형 인공지능(AI) ‘R1’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배경에는 팀장급조차 35세가 채 안될 만큼 젊고 기민한 조직문화가 자리했다. 돋보이는 특징은 하나 더 있다. 창업자 량원펑을 비롯한 구성원 대다수가 중국에서 공부한 ‘국내파’ 출신이라는 점이다.

4일 경향신문이 R1 개발에 참가한 딥시크 개발진의 약력을 조사한 결과, 약 94%가 베이징대·칭화대 등 현지 대학에서 학위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대학 출신은 10%도 되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미국 유학파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가 10년여간 공들인 AI 연구의 토양이 이제 ‘인재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53명 중 미국 출신은 1명뿐···‘마이크로소프트 라인’ 두드러져

지난달 논문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올라온 ‘딥시크 R1 : 강화 학습을 통한 대형언어모델(LLM) 추론 능력 강화’에 등재된 공동 저자는 총 199명이다. 이 중 학술자료 검색엔진 ‘구글 스콜라’나 링크드인 등에서 약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총 53명이다.

베이징대 출신이 21명으로 제일 많았다. 베이징대는 국가 전체의 AI 전략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샤오미에서 연봉 1000만위안(약 20억원)의 영입 제의를 받은 1995년생 딥시크 개발자 뤄푸리 역시 베이징대 컴퓨터언어학 석사 출신이다. 딥시크 모델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멀티헤드 잠재 어텐션(MLA)’ 기술 개발을 이끈 가오화쭤 연구원은 베이징대 물리학과를 나왔다.

논문 인용횟수가 각각 1만20건, 9044건에 달하는 딥시크 소속 베이징항공항천대 박사 출신 우유 연구원(왼쪽)과 중산대 출신 궈다야 연구원. 개인 홈페이지 캡처


칭화대 출신이 7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칭화대는 주요 AI 논문 저자 숫자로 구글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명문이다. 중국 ‘AI 4대 호랑이’에 속하는 스타트업 ‘문샷’과 ‘즈푸’ 창립자 역시 이 대학을 졸업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과 같은 저장대 출신이 3명이었다. 하얼빈공대·베이징항공항천대 출신도 각각 2명씩 있었다. 이 두 대학은 중국인민해방군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국방 7공자(國防七子·국방칠자)’ 대학 그룹에 속해 있어 미국 제재망에 올랐다. 해외 개발진은 텍사스대(미국), 모나시대(호주), 에든버러대(스코틀랜드) 출신 3명에 불과했다.



연구 이력도 주목할 만하다. 딥시크 합류 전에도 이 연구원들은 신경망, 자연어처리, 머신러닝 등 분야에서 활발히 논문을 써왔다. 구글 스콜라에 프로필이 오른 딥시크 연구진 44명의 논문 피인용 횟수는 평균 1560건이다. 인용횟수가 높을수록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딥시크 LLM 팀장을 맡은 우유 수석연구원은 무려 1만20건, 중산대 출신 궈다야 연구원은 9044건의 인용횟수를 기록했다. 국내 한 AI 관련학과 교수는 “중국은 함량 미달의 논문도 굉장히 많지만, 그중 훌륭한 논문만 추려도 한국을 압도할 것”이라며 “평균 1500여건이면 꽤 높은 숫자다. 물론 중국 학계의 활발한 상호 인용 관행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부설 연구기관인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MSRA)’ 출신이 11명으로 5분의 1 정도를 차지한 점도 흥미롭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중국의 막대한 인재풀을 활용하겠다”며 1998년 베이징에 설립한 연구소다. R1 개발진 중 10명이 MSRA 인턴십 과정을 거쳤으며, MSRA 수석연구원 출신도 있다.

적지 않은 숫자가 ‘MS 인맥’으로 얽혀 있는 셈이다. MSRA는 지난 20여년간 중국 IT 인재를 길러내는 사관학교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정부는 MSRA가 첨단 기술의 유출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MSRA). MSRA 제공


■딥시크 해외파, 네이버 팀보다도 적어···“자신감과 자괴감 동시에”

비교를 위해 경향신문은 지난해 4월 아카이브에 게재된 네이버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기술논문 저자 명단에서 앞쪽 순서(기여도 및 가나다 순)에 있는 53명을 조사했다. 서울대 15명, 카이스트(KAIST) 10명, 고려대 4명, 경북대 3명 등 국내 석·박사를 마친 연구원들이 다수였으나, 외국 학교 출신도 뉴욕대·버클리대·애리조나대·조지아공대 등이 8명을 차지했다.

물론 프로필이 확인되지 않은 연구원이 많기 때문에 엄밀한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만, 네이버 연구팀의 해외파 출신이 딥시크를 앞지른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한 AI 개발자는 “딥시크는 국내 업계에 ‘우리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과,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뭐 했나’ 하는 자괴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승자독식 경쟁이 일반화된 중국 내 분위기가 성과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20여년 전부터 중국 대학들의 승진 시스템은 미국 대학에 못지않은 완전 경쟁체제로 바뀌었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이름도 몰랐던 딥시크 같은 기업이 갑자기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자생적인 AI 텃밭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멜라니 하트 선임고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들(딥시크)의 최고 엔지니어를 훔쳐오자”고까지 말한 바 있다.

중국의 한 테크기업 관계자는 “과거 중국 AI 발전은 서구 기술을 기반으로 음성인식 등 특정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구조 자체를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혁신성 측면에서는 오픈AI 같은 미국 빅테크와의 격차가 크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 복단대 컴퓨터과학원의 정샤오칭 교수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현재 AI 경쟁은 중국 내 중국인과 미국 내 중국인 간의 경쟁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라면서도 “(중국이)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아직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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