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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4일 군사재판에서 내란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상부에 계엄 반대를 직언했고, 계엄 관련 명령을 수행하면서 국헌문란의 의도를 품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24.12.07.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령관으로서 불찰이 크다는 점을 느꼈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에 대해 수차례 반대를 직언했다”고 밝혔다.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31일 구속기소된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전투복 차림으로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그동안 좀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 나타난 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반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군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영장 없이 정치인 등 주요 인사 10여명을 체포하고 선관위의 전산 자료를 압수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여 전 사령관 측은 “계엄에 동조해 사전에 모의한 사실은 없고, 지휘관으로서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져야 하는데, 다른 상위직에 있는 그들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여 전 사령관은 이 같은 의도를 가진 적이 없다”고도 변호인은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 역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대통령이 어떤 현실 인식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제가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계엄을 모의할 그 어떤 이유도, 동기도 없고 그 다음 계획 역시 알지 못하기에 기대되는 이익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TV로 생중계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보고 그 짧은 시간에 그것이 적법한지, 평생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내란 행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의 조치가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사전 모의가 없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여 전 사령관은 주장했다. 그는 “(계엄 다음날인) 새벽 1시에 방첩사 영외거주자 비상소집이 완료됐고 방첩사의 평균 출동 개시 시간 역시 새벽 1시였다”며 “국회에 출동한 요원들은 여의도 외곽 차 안에서 대기하다가 1시 20분 철수 명령에 따라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방첩사 차원에서 계엄 관련 지시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취지다.

여 전 사령관은 또 지시가 하달되면서 왜곡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방첩사는 평시 계엄과 관련해 합동수사본부 구성 등 가정적 상황을 훈련하는데, 실제 지시와 훈련 매뉴얼에 따른 행동 지침이 혼재돼 정치인 체포와 검거로 해석됐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여 전 사령관 측은 “정치인 10여명 체포 관련 경찰에 위치를 확인해달라는 요청한 사실이 없냐”는 재판부의 질의에는 “다음 기일에 얘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군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군 검찰은 “피고인은 계엄 선포 전부터 대통령과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 명령의 내용을 알고 있었고, 위법성을 판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며 “선관위와 국회에 부하들이 도착하지 못한 건 피고인의 지시 때문이 아닌, 부하들의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공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무죄 취지를 주장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란죄가 성립되면 직권남용죄가 흡수되는 법리가 있다”며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 부분은 아마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혐의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를 놓고 군 안팎에선 처벌 수위가 무거운 내란 대신 직권남용 혐의만 인정해 중형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있다.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여 전 사령관과 같은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도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렸다. 문 전 사령관이 불출석한 가운데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은 “문 전 사령관이 정보사 업무를 정당한 명령으로 받았을 뿐, 대통령 및 다른 사령관들의 임무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며 공모 의혹 등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밖에 문 전 사령관 측은 체포 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수사관들이 군사보호시설인 영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확인할 일이 있다’며 문 전 사령관을 행정안내실로 유인해 체포한 건 기망에 의한 체포라는 논리다. 이를 근거로 문 전 사령관 측은 불법 체포에 따른 수사와 재판 모두 무효라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군 검찰은 “체포 착수 전 준비단계에서 피고인을 만나기 전에 영장 집행사실을 사실대로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일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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