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번성 시기에 낙동강 본포취수장 입구 모습. 녹조 덩어리가 취수구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물을 흩뿌리고 있지만, 이미 강물 전체가 녹조류로 물들어 있다. 최상원 기자
“낙동강 인근의 절반 가까운 주민 콧속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환경부가 “민·관·학 공동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했던 환경단체 쪽은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며 환경부 제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어 “환경단체로부터 조사 결과를 받아 구체적 내용을 분석한 후, 필요하면 공동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민·관·학 합동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2022년 9월 낙동강 3개 지점, 2024년 6~8월 낙동강 10개 지점에서 공기 중 조류독소를 조사했고, 한국물환경학회에 의뢰해 2023년 9월~2024년 3월 낙동강 8개 지점에서 공기 중 조류독소를 조사했으나, 모두 불검출 결과가 나왔다”며 환경단체 연구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국제적으로 공기 중 또는 콧속 조류독소와 관련한 공식적인 측정방법과 권고기준은 없다”며 환경단체 연구방법도 문제 삼았다.
이에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학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성명을 내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국민 생명과 안전 책임을 회피하는 환경부는 철저한 반성부터 하라”며 쏘아붙였다.
이들은 “환경부 주장은 ‘녹조 독소가 공기 중에 검출되지 않았기에, 사람 콧속에 녹조 독소가 결코 나올 리 없다’라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부의 꼼수는 환경부 공동 조사 주장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공동조사는 환경단체가 오래전부터 제안했던 것인데, 지금까지 환경부는 온갖 이유를 대며 피하거나 무산시켰다”며 “문제없음을 보여주는 조사가 아니라, 문제 심각성을 찾는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불검출’만 반복해 발표한 환경부가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담당자는 “가능한 한 서둘러 전문가 회의를 열어 환경단체 쪽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공동조사의 구체적 범위와 방법을 정리할 방침”이라며 “녹조가 번성하는 여름에 조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 등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중하류 2㎞ 이내에 사는 주민 9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20일~9월12일 조사한 결과 46명(47.4%)의 콧속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