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사이 정책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인 보금자리론이 두 달 연속 1조원 넘게 팔렸다. 가계부채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금리 매력까지 높아지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1조2437억원에 달했다. 11월(1조235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1조원대 판매액을 기록한 것이다.
보금자리론은 주금공이 공급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담대다.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일반형 기준) 가구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정책대출 상품이다.
보금자리론이 1조원대 판매액을 기록한 건 재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보금자리론 월별 판매액은 지난해 5월 2832억원까지 떨어졌다가 9월 들어서야 3470억원, 10월 6515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재작년 한 해만 44조원 가까이 풀렸다. 소득 제한 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을 빌려준 특례보금자리론이 인기를 끌면서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를 자극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지난해 1월 말 종료되자 보금자리론 인기도 시들해졌다. 지난해 1~8월 판매액은 3조3230억원에 그쳤다.
보금자리론이 다시 주목을 받은 건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던 시기와 맞물린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지시하면서다.
이후 대출이 막힌 금융 소비자들이 다시 정책대출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대출은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줄인다.
시중은행보다 낮아진 금리 수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초 4.20~4.50% 수준이던 일반형 보금자리론 금리는 지난해 말 3.95~4.25%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4.28~4.55%였다.
보금자리론 금리는 이달부터 0.3% 포인트 추가 인하된 3.65~3.95%로 제공된다. 저소득청년과 장애인·한부모 가정 등 사회적배려층, 전세사기 피해자 등이 최대 1.0% 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으면 2%대까지 떨어진다.
반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시중은행이 올렸던 가산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매력도가 높아진 데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요건도 강화되면서 보금자리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