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한겨레 등 주요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이런 내용이 담긴 ‘비상계엄 지시 문건’을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여준 사실과 함께 계엄 당시 언론사에 경찰을 투입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3일 한겨레 취재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윤 대통령의 공소장 내용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온 이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지시 문건을 보여줬다. 해당 문건에는 ‘자정께 한겨레신문 등 언론사를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2023년 1월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등에게 비상계엄 지시 문건을 건넨 사실은 알려졌지만, 이 전 장관에게도 같은 형태의 문건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전·단수 대상은 한겨레와 경향신문·문화방송·제이티비시·‘여론조사 꽃’이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34분께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다음 3분 뒤인 밤 11시37분께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께 한겨레신문 등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았다.
허 청장은 이런 지시를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하고, 이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포고령과 관련하여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여러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 청장은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50분께 황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청 협조 요청 여부를 재차 확인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 공소장엔 계엄 선포 이틀 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투입 병력을 놓고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병력 규모를 논의한 정황도 담겼다. 동원 가능 병력을 묻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만∼3만명 정도 동원돼야 할 것인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천∼5천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어 “간부 위주로 투입하면 인원이 얼마나 되냐”는 윤 대통령의 질의에 김 전 장관은 “1천명 미만 정도”라고 답했다.
이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250명가량의 소수 병력만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내용과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