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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절도 피의자가 충북 청주의 한 주택가에서 범행하는 모습.(청주청원경찰서 제공)

■ 청주 주택가 떨게 한 '택배 절도범' 검거

지난달 12일 저녁,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주택가.

청주청원경찰서 형사과 소속 박노식 경위와 민경욱 경장은 피의자 검거를 위해 잠복 중이었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피의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두 형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긴급체포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충북 청주시 일대 아파트와 주택가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택배를 훔친 피의자의 범행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피의자와 두 형사의 이야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택배를 훔치다 붙잡힌 피의자 모습.(청주청원경찰서 제공)

■ "배가 너무 고파서 절도"...일자리까지 찾아준 형사

경찰에 붙잡힌 20대 남성 피의자는 생각보다 순순히 조사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범행 이유를 밝혔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훔쳤습니다."

피의자를 조사하던 형사들은 순간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아직 창창한 나이의 20대 남성이 택배 절도범으로 전락한 이유가 '배가 고파서'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남성이 훔친 택배들은 모두 빵이나 즉석밥, 냉동식품 등 식료품이었습니다. 훔친 물건들을 되판 정황도 없었고, 모두 이 남성이 끼니를 때우거나 보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형사 처벌받은 전과도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뒤,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남성은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일용직 일자리마저 끊기고 당장 끼니를 걱정할 처지가 되자,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겁니다.

비록 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박 경위는 아들뻘인 피의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박 경위가 지인들을 수소문한 끝에, 피의자는 최근 숙식까지 제공되는 한 제조업체에 취업했습니다.

피의자는 검찰에 불구속 송치돼 곧 죗값을 치러야 하겠지만, 적어도 끼니를 걱정하면서 재차 범죄의 길로 빠질 일은 없어진 셈입니다.

청주청원경찰서 형사과 박노식 경위.

■ "배 고프면 언제든지 연락해"...새 삶 찾아준 형사의 한 마디

박 경위가 본인이 검거한 피의자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준 것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형사 생활 내내 '처벌'만큼이나 '교화'가 중요하다고 여겨온 박 경위는 피의자들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재범을 예방했습니다.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런 박 경위의 노력에 또 다른 절도 피의자도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박 경위는 "조사를 하다 보면 적어도 밥을 굶을 일만 없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 피의자들이 종종 있다"면서 "이런 피의자들에게 기회를 찾아주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안타까운 처지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된 피의자들이 재범의 길에 빠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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