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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4일 오전 왕우렁이로 어린모 피해를 입은 전남 영암군 시종면 논농가에서 농민이 빈 논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왕우렁이가 모를 갉아먹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를 본 전남도가 우렁이 월동(생존) 차단 작업에 나섰다. 왕우렁이 농법은 1990년대 이후 농약을 대신해온 친환경 제초방식이지만 지구 온난화 속 개체가 증가하면서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1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왕우렁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월동작물 재배, 깊이갈이를 통한 논 말리기 등 왕우렁이 월동 피해 예방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왕우렁이 피해를 본 지역을 중심으로 2월 한 달간 개체 수를 줄이는 게 목표다.



우렁이의 역습…온난화 속 월동률 급증
왕우렁이. 뉴시스
왕우렁이 월동 차단은 따뜻한 겨울 날씨와 잦은 비로 왕우렁이가 겨울철에 죽지 않고 생존해 모내기한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방제 조치다. 전남 지역 왕우렁이 피해 면적은 2021년 33㏊, 2022년 3.1㏊, 2023년 3.1㏊ 수준에서 지난해 1593㏊로 급증했다.

지난해 왕우렁이 피해는 전남 해남군과 진도·강진·고흥 등에서 축구장(7140㎡) 2231개 크기인 1593만㎡ 면적의 논에서 발생했다. 이중 해남·진도 등지에서는 왕우렁이가 어린 모를 파먹는 바람에 3~4차례 모심기를 한 농가도 있다.

우렁이 농법은 농약을 대체한 친환경 제초방식으로 활용돼왔다. 논에 모를 심는 ‘이앙’ 후 5일 내 논 10a당 우렁이를 1.2㎏가량 투입하면 잡초를 98%까지 제거할 수 있다. 논에 우렁이를 뿌리기만 해도 제초작업을 위한 노동력·경영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친환경 제초법…우렁각시에서 애물단지로
지난해 7월 24일 왕우렁이 어린모 피해를 입은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한 논에서 제초용 왕우렁이가 잡초 뿐만 아니라 어린모까지 갉아먹은 탓에 곳곳이 비어있다. 이 논은 왕우렁이 피해를 입어 모를 네차례 다시 심었다. 뉴시스
국내 지자체들은 1992년부터 남미산 왕우렁이를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32억16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21개 시·군의 논에 제초용 우렁이를 공급했다.

30년 이상 활용된 왕우렁이 농법은 4~5년 전부터 지역별·농가별로 호불호가 갈려 왔다. 지구 온난화·기후변화 등의 여파로 생태 양상이 바뀌면서 개체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농가들은 보조금 사업을 통해 배달받은 왕우렁이를 숲이나 수로에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생태교란종인 왕우렁이는 논에서 겨울을 나면 40㎜ 이상까지 성장해 왕성한 식욕을 드러낸다.



1만5943㏊ 논 말리기…조기 논갈이 독려
왕우렁이. 연합뉴스
왕우렁이 월동 차단은 월동작물 재배와 논 깊이갈이 등 논 말리기를 통해 왕우렁이 개체 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왕우렁이가 겨울철 논에 물이 없거나 영하 이하의 낮은 기온에 외부로 노출되면 죽는 특성을 이용한 방제법이다.

방제 대상은 해남 등 전남 서남부 10개 시·군의 논 1만5943㏊에 달한다. 친환경 벼를 재배하는 단지 전체와 일반 벼 재배지역 중 피해가 우려되는 간척지 등이 대상이다. 전남도는 통상 3~4월에 하는 논갈이를 농한기 때 앞당겨 실시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인다.

김영석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왕우렁이 월동 피해를 막기 위해 월동 실태와 피해 경로 등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간척지와 저지대 농경지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가는 논 깊이갈이를 앞당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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