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조종사들 현실 시나리오 예행연습”
성조기가 30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디시 포토맥강 여객기 추락 사고 수색 현장 위로 펄럭이고 있다. 워싱턴 디시/UPI 연합뉴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 인근에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공중 충돌한 미 군용 헬리콥터 블랙호크가 정부 고위직 대피를 위한 비밀훈련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헬리콥터가 ‘정부 연속성’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훈련은 핵전쟁 등으로 워싱턴 디시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에 대비해 대통령 등 주요 인사를 다른 장소로 대피시키는 훈련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조종사들이 현실 세계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면서도 “기밀 사항을 말할 수는 없다”며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이번 훈련은 워싱턴 디시 남쪽 약 25㎞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주 포트벨부아 소재 데이비슨 육군 비행장에서 출발해 복귀하는 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육군은 탑승 군인 3명 중 2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각각 39살 앤드루 이브스 준위와 29살 라이언 오하라 하사다. 나머지 탑승자 1명은 여성으로 알려졌으나, 유족 요청으로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비사인 오하라 하사로 추정되는 유해는 발견됐으나, 최종 확인이 되지 않았다. 조종사인 나머지 2명의 유해는 아직 수색 중이다.
한편, 사고 헬리콥터가 사고 직전에 관제탑으로부터 여객기 근접 경고를 받았으나 근처를 비행 중이던 다른 비행기와 혼동해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보도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사고 전후 교신 내용 녹음을 입수해 전문가들에게 들려준 결과, 헬리콥터 측이 관제탑으로부터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근접했단 경고를 두 차례 받았고, 안전 거리를 유지하겠단 취지로 두 차례 모두 응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녹음 내용을 들은 전문가들은 워싱턴포스트에 헬리콥터 조종사가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근처를 지나던 다른 항공기를 혼동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헬리콥터 측이 경고 후 여객기를 피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안전거리를 유지하겠다고 응답했지만, 사고가 일어났던 점을 근거로 꼽았다. 헬리콥터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48분쯤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제탑으로부터 첫 번째 경고를 받은 지 2분 후, 두 번째 경고를 받은 지 12초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