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에 출석해 ‘자신이 이 사건의 내용을 제일 잘 안다’고 했다. 헌재에 출석할 다른 증인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증언할 때 분리 조처를 요구하자 윤 대통령이 한 말이다. 헌재에 출석해 육성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여론전과 지지자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재판 말미에 국회 대리인단은 “피청구인(윤석열) 앞에서 다른 증인들이 진술을 하기 어렵지 않겠냐. 피청구인이 퇴장한 다음 (증언을) 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한 후 증인신문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이 현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없는 곳에서 진실한 증언을 청취하자는 취지였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이 사건의 내용을 제일 잘 아는 것은 피청구인인 대통령 제 자신”이라며 “(분리 조처를 해달라는 요청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직접 참석해 발언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헌재 법정에 선 윤 대통령의 선택은 양날의 칼이다. 국회 권능 무력화와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이 군경 지휘부의 증언으로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은 독이 될 수 있다.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확신범’ 같은 행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지지자를 결집하는 게 그나마 승산을 높이는 방책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애국시민’이라고 지칭하며 감사함을 표시하고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메시지를 내는 일의 연장선이다. 헌재 탄핵 재판이라는 헌법기관이 마련한 공론장에서 윤 대통령이 반복하는 궤변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좋은 연료가 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분리 증언’에 반대한 것처럼 자신의 재판 출석이 내란 종사자들의 증언을 틀어막는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탄핵 재판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진술 의지를 보일 경우 재판부의 입장에서는 이를 어느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증인신문 등의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윤 대통령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헌재는 이번주 평의를 열어 분리 증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