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하게 찍힌 ‘내란 우두머리’ 뒷이야기
‘한겨레’ 이종근 선임기자가 찍은 공수처로 들어서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이 선임기자는 대통령의 노출을 막으려는 경호처의 시도 속에 유일하게 윤 대통령의 모습을 포착했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한 달 넘게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농성전을 벌이던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집행됐다. 15일 이른 새벽부터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앞은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이미 한차례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한 뒤 두 번째 시도하는 터라 집행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문제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카메라에 잡을 수 있느냐 여부였다. 법 앞에 당당하게 나서겠다는 본인의 말을 스스로 어긴 피의자의 태도를 놓고 볼 때 절대로 언론에 순순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 뻔했다.
공수처 출입구는 정문과 후문 두 곳이고 지하 주차장이나 별도의 출입공간이 없었지만 공수처에 있던 사진기자들은 현장에서 ‘풀단’을 구성해 출입구 두 군데를 나눠서 ‘현장풀’(현장 상황에 따라 구역을 나눠서 찍고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수사기관에 체포되는 현직 대통령을 노출되지 않게 하려는 ‘불손’한 시도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종근 선임기자의 사진이 각사 신문 1면에 실렸다. 풀에 참여한 언론사들은 각사의 선택에 따라 ‘사진공동취재단’ 혹은 현장에 있던 기자의 이름을 달고 사진을 발행했다. 현장에 없던 지역지의 경우 통신사의 이름을 달았다.
한남동에서 출발한 윤석열 대통령과 경호원들이 탄 차량은 10시 53분 공수처에 도착했다. 여전히 대통령 신분인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는 여러 대의 경호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공수처로 들어왔다. 그래도 ‘청사 정문으로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비웃듯 청사 뒷편으로 들어와 가림막이 설치된 출입문에 차를 댔다.
경호차량 뒷문이 열리고 차에서 피의자가 내릴 무렵, 아니나 다를까 또 다른 경호차량이 그 앞으로 이동해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앵글을 가렸다. 3단 사다리 맨 위에 서 있던 ‘한겨레’ 이종근 선임기자의 뷰파인더에 가림막 노릇을 하는 경호차량 지붕 위로 황급히 들어가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 보였다. “셔터스피드 1000분의 1초, 연속셔터로 10장 정도를 찍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현장에 10여명의 사진기자와 10여대의 방송사 영상카메라가 있었지만 현장풀단으로 있던 단 1대의 카메라에만 절묘한 순간이 잡혔다.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들이 각사 데스크에 “풀단에서 찍었다”는 보고를 했다. 이후 풀에 참여한 언론사들은 각사의 선택에 따라 사진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한겨레는 이런 경우 우리 기자가 찍지 않은 사진은 ‘공동취재사진’으로 표기한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일은 이렇게 사진으로 남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