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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RE100 달성 가능한가]
국내에 'RE100 데이터센터' 짓겠다던 외국 기업
재생에너지 쓸 변전소 없자...'필리핀'으로 떠나
RE100 달성, 기업에 '미룰 수 없는 다급한 과제'
글로벌 스탠더드이자 무역장벽화 된 'RE100'
"한국은 달성할 수 있는 환경 갖췄나" 질문
본보, 재생e 잠재량·발전단가·전력망 등 진단
전남 해남군의 기업도시 '솔라시도' 내 태양광 발전소와 대형 정원 '썬가든'의 모습. 데이터센터(IDC)로 사용할 수 있는 부지만 66만㎡(20만평)에 달한다. 40 메가와트(MW) 데이터센터 25개 동을 쓸 수 있는 면적이지만 인근에 변전소가 없어 데이터센터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솔라시도 제공


# 2025년 12월. 전남 해남군 RE100 기업도시 '솔라시도'와 2022년 9월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IDC) 조성 업무협약(MOU)을 맺은 미국 엔지니어링 컨설팅 기업 블랙앤드비치(Black & Veatch)의 자회사 TGK가 내건 시기 조건이다. TGK는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IDC를 운영하기 위해선 전남도의 해상풍력 등으로 만든 전기를 끌어 쓸 수 있는 154킬로볼트(kV) 변전소가 솔라시도 인근에 있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MOU 체결 당시 2025년 12월까지 남은 기간은 3년 3개월. 전남도와 솔라시도 관계자들은 이 시간이라면 변전소 하나 마련하는 건 가능할 것이라 봤다. 2025년 12월에 완공은 어려워도 착공이라도 할 수 있으면 TGK를 붙잡아 둘 수 있을 거란 판단도 있었다. 특히 2023년 8월에는 전남도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등과도 MOU를 체결해 중앙정부 도움도 기대했다.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전남도는 솔라시도 인근에 154kV 변전소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2025년 착공도 어려웠다. 정부의 전력설비계획에 따르면 아무리 빨라도 2030년은 돼야 했다. 결국 TGK는 필리핀에 IDC를 짓기로 결정하고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를 떠나고 말았다. 솔라시도 관계자는 "TGK에는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IDC를 짓는 게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안 된다는 다급함이 있었다"며 "그만큼 기업들은 RE100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한국은 너무 느긋하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이자 '무역장벽'이 된 RE100

RE100 로고


RE100이 무엇이길래, TGK는 한국을 떠나 필리핀으로 갔을까.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줄임말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최근 2, 3년 사이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동참하면서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AI)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인 IDC를 운영하는 기업들에는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TGK도 이런 흐름 속에 있는 기업 중 하나다.

RE100 이행에 따라 수출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RE100이 사실상 '무역 장벽' 역할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 특성을 감안하면 RE100 이행은 곧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솔라시도 관계자의 말처럼 국내 상황은 여의치 않다.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더욱 그렇다"는 비관적 전망을 담은 목소리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2050년 RE100 달성, 한국에선 가능성이 낮은가

RE100 홈페이지에 실린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원하는 기업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목의 글. RE100 홈페이지 캡처


한국에서 RE100 달성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한국일보는 5~7월 약 3개월 동안 RE100 달성에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지정학적 잠재량 및 정책 역량(전력 계통 등)을 평가해 실제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여건이 갖춰져 있는지 따져봤다. 재생에너지 규모를 키우는 데 있어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 나가는 에너지 선진국의 정책 현장을 취재하고 전문가 인터뷰와 데이터 분석 의뢰를 통해 RE100 이행의 현주소와 한국 재생에너지의 앞날을 예상했다.

그 결과 국내 지리 여건과 기술 요소를 고려하면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을 모두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예측됐다. 이에 발맞춘 전력망 보강 계획도 세워져 있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2050년에 가까워질수록 싸지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러 규제를 대입하면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대폭 줄어들었다. 전력망 보강 계획 중 유의미하게 실행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보강 계획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의 당위성을 확인하게 됐다. 이에 한국일보는 "제도 변화 없이는 2050년 RE100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보도할 예정이다.



어떻게 분석하고 검증했나

본보의 기본 분석은 데이터 및 전문가 자문에 바탕을 뒀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20년 동안 전력 수급 및 에너지원별 균등화 발전원가(LCOE)를 연구한 이근대 선임연구위원에게 의뢰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의 자연적·제도적 조건을 연구해 2023년, 2035년, 2050년 등 시점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 및 전망치를 분석했다.

한국과 비슷한 지리적 환경을 갖췄으면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낮은 대만, 일본의 에너지 정책 현장을 찾아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해 한국의 제도 및 상황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다. 이들 국가는 한국처럼 인근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가 없어 다른 국가와 전기 교류가 불가능해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가 쉽지 않지만 해상풍력 시장 확대 등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실제 RE100을 이행해야 하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RE100의 글로벌 영향력은 어느 정도고 국내 산업계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RE100만 고집하다가는 반도체 등 우리나라 수출 효자 품목을 만드는 기업들이 생산을 접어야 한다고 말하는 현 정부의 주장을 검증하고 실제 기업들은 어떤 에너지 정책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봤다. 정부가 추진하는 CFE 이니셔티브가 RE100의 대체제가 될 수 있는지, 국제 무역 규범으로 실현 가능한지도 함께 확인했다. CFE 이니셔티브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발전원과 에너지원을 인정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 유엔 총회에서 국제 사회에 제안한 뒤, 한국 정부가 동참 국가를 늘리려 하고 있다.

※본 기획물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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